증권사“기회부터 잡아야 수익 내”
리스크에 소득 없는 사례도 증가
결국 실적…사장 임기 따라 무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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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투자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액인수 전략을 펼쳐 초기 부담을 수용하는가 하면 실행 가능성을 떠나 상대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조건을 제안하기도 한다.
먹거리가 많아지는 만큼 위험도 증가하기 마련. 그러나 실적에 목매고 이에 연동해 성과급을 받는 증권사 임직원들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이지스PE는 메리츠종금증권과 손을 잡고 SK E&S 자회사 파주에너지서비스 소수지분 인수를 추진했다. 이지스PE의 전문 인력과 메리츠증권의 자금력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초기엔 메리츠증권의 고위급 임원이 직접 나서 자기자본투자(PI)를 해서라도 뒷받침하겠다며 투자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절차가 진행될수록 메리츠증권은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자금 모집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E&S는 “국내 재무적투자자(FI)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해 태국 EGCO를 파트너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점차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자금 조달 가능성도 흐릿해졌다”며 “이지스PE 컨소시엄은 막판으로 갈수록 유력한 대항마라기보다는 후보 중 하나로 끌고 가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일단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이후 시간을 끌면서 조건을 유리하게 이끄는 메리츠 스타일은 증권업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증권사들이 대규모 총액인수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기 자금을 채워 넣어야 하는 위험성이 있지만, 자금을 쓰려는 쪽의 마음을 잡기 위해 과감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다. 선순위 권리를 갖는 인수금융에선 특별한 외부 변수가 없다면 제공된 주식 담보만으로도 안전성이 보장된다. 부동산 관련 투자 역시 현금화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실물 자산을 담보로 잡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지 않다.
최근엔 지분(Equity) 투자에서도 총액인수가 활용되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은 모멘티브 인수 거래에 참여한 SJL파트너스의 프로젝트펀드 결성을 도왔다. 대출보다 위험성이 높은 만큼 돌아오는 기대 수익이 크다. 지분투자에선 단순 주선 수수료 외에 총액인수에 대한 별도 수수료가 지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언제나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NH투자증권은 쉬완스 인수 거래에서 JKL파트너스의 프로젝트펀드 결성을 도왔다. 그러나 CJ그룹은 FI를 초빙하지 않기로 했다. 프로젝트펀드와 해외 차입금 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구조를 짰지만, 최종 거래 규모가 줄었고 FI의 필요성도 작아졌다. NH투자증권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기관투자가들도 황망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의 코웨이 인수전 참여에선 총액인수가 복합적으로 활용됐다. 인수금융 9300억원을 빌려주고,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하는 3800억원 규모 프로젝트펀드 자금이 모이지 않을 경우에도 추가 자금을 부담하기로 했다. 사실상 한국투자증권이 코웨이 인수금액 대부분을 책임지는 구조다. 수수료와 이자, 경우에 따라선 매각 차익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기대된다.
그러나 이 결정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코웨이는 웅진그룹 피인수 확정 후 단기간에 주가가 폭락했고, 담보인정비율(LTV)은 급등했다. 펀드 출자는 위험이 더 커지게 된다. 코웨이의 현금흐름을 활용하면 투자 원금 정도는 지키겠지만, 이 역시 사업 확장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투자증권이 매각 권리를 갖게 되더라도 높은 가격은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대형 증권사 투자 담당 임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대체투자에 힘을 싣는 과정에서 무리한 조건들을 제시하며 경쟁사들의 원성을 사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코웨이 투자에 난색을 표하는 곳들이 많아 재매각 작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웨이 덕을 본 곳은 따로 있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코웨이 인수금융 자본재조정을 총액인수 방식으로 주관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지만 그 며칠 전 자금 전액을 집행했다. 주관 수수료를 모두 챙겼고, 짧은 기간이지만 이자 수익도 거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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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거래를 따내려는 이유는 결국 실적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3분기까지 적게는 2000억원, 많게는 4000억원에 달하는 누적이익을 거둬왔다.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동시에 IB부문에서 거두는 이익도 차츰 늘어가는 분위기다.
그만큼 사내에서는 IB부문에 대한 이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부문장은 물론, 팀원들의 보너스(성과급)와도 직결된다. 메리츠처럼 투자부문 수익이 강한 곳일수록 회사 이익에 비례해 직원들이 성과급을 가져가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3분기 최고 수익을 낸 한국증권은 대표이사나 회장보다도 더 높은 20억원대 성과급을 받는 임원과 직원이 나와 화제가 됐고, 일부 임원 이직도 진행 중이다.
이들로서는 이런 과실을 유지하려면 계속 고수익을 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좀 더 리스크 투자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너가 없는 금융그룹 소속도 상황은 마찬가지. 상대적으로 경영진과 임원의 임기가 짧고 수장이 수시로 교체되다보니 본인 재임기간의 '실적'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은 주식시장 상황에 연계되니 어쩔 수 없다고 치면 결국 '고수익 투자'를 염두에 두기 마련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급증하는 등 위험과 수익성을 맞바꾸기도 했다. 꼭 당장 대규모 수익이 꽂히지 않더라도 일단 투자를 집행해야 존재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한 전직 대형 증권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는 하반기 주식장이 꺾이면서 투자은행(IB) 부문 성과가 더 중요해졌다”며 “특히 사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 전 조직이 투자 성과를 쌓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무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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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