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입김·직원기대 무시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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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말 성과급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사상최대 이익을 거두면서 성과급을 올려달라는 직원들의 목소리는 커졌다. 하지만 내년 업황 전망이 좋지 못해 무작정 직원들의 요구를 받아주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각 회사와 직원들은 서로의 성과급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이 평상시보다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기본급의 1600% 수준이었다.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말 성과급 상한선을 연봉의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2조원으로 지난해 대비 10조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평상시보다 임단협 타결이 늦어지는 모양새다”라며 “그렇다고 노사 간의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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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놓고 회사가 삼성전자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지급하는 반도체부문 특별성과급 규모를 보고 SK하이닉스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시적으로 기본급의 400% 수준에서 하반기 특별보너스를 지급한 바 있다. 올해 반도체 예상 영업이익(약 50조원)이 지난해 대비 15조원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특별보너스가 작년보다 많은 500%까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동조합의 입김이 세진 것도 변수다. 지난달 SK하이닉스는 기술사무직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노조가 설립됐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단체교섭을 제안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노조가 주장하는 성과급 규모도 회사가 생각하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다 할 노조가 없는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의 임단협 결과에 상당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이번 정부 들어서 노조 설립 및 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서비스가 콜센터 자회사를 건립하려는 것도 노조 반발에 부딪혔다.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 등은 노조 와해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수현 부장검사)에 기소된 상태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제는 노조 활동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경쟁사의 임단협 결과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긴 했지만 회사가 직원들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기는 부담이다. 최근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10월에만 4.9%, 4.3% 떨어졌다. 서버용 D램을 대량 구매해온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외형 늘리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IT업체들의 반도체 수요도 줄었다.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연말 성과급 잔치를 벌이기에는 시장환경이 좋지 않다”라며 “그룹 내에서 다른 계열사들은 곡소리가 나는 곳들도 있는데 반도체 회사들만 연말에 잔치 분위기를 내기에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직원들의 기대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직원들은 자신들의 바로미터가 될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대박'이길 기대하고 있다.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가 예상을 깨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도 했으니 '최태원 회장님이 SK하이닉스에 한 턱 쏘시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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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1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