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부터 '주 52시간 도입' 관련 협상 돌입
경영진 대응책 새우느라 고심
보상뿐 아니라 문화까지 바꾸는 수준의 변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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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회계법인 경영진이 노동조합 설립에 긴장하고 있다. 노조와 협상은 경험조차 없다 보니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영진들 사이에선 회사 문화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넘치고 있다.
이달 중순 회계법인 최초로 생긴 삼일회계법인 노동조합 ‘S-Union’의 가입자 수가 최근 100명을 넘어섰다. 전체인원(3000명) 대비 작은 숫자이지만 그 영향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S-Union은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소속이다.
노조는 이르면 다음주 사측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협상에 들어간다. 앞서 삼일회계법인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발맞춰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한 근로자 대표 선출 작업에서 파행을 겪은 바 있다. 이 문제가 발단이 되어 노조 설립까지 이어졌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향후 직원들이 얼마나 노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가 달려 있을 전망이다.
교섭안 마련과 교섭위원단 구성에 나선 노조는 실질적인 근무시간 인정과 그에 따른 보상체계 확립을 주장하고 있다.
경영진은 현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업계 최초로 노조가 설립된데다, 강성노조로 평가 받는 민노총 소속이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노조와의 협상 경험도 없다 보니 노조가 제시한 안을 들고 어떻게 협상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우선 경영진은 노조와의 협상 책임자부터 교체했다.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노조 설립에 빌미가 된 근로자 대표 선출작업 파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서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젊은 파트너를 COO에 중용해 새로운 노사 관계를 마련할 계획이라는 의미다.
이어 경영진은 다양한 협상안 마련에도 고심 중으로 알려진다.
우선 직원들 연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말 전체적인 급여 인상에 이어 이달에는 또다시 직원들 평균 급여 수준을 10~15%까지 올린다는 구상이다. 그간의 연봉 인상이 미흡했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빅4 회계법인에서 추진 중인 감사수당은 따로 도입하진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회계법인에 감사부문만 있지 않다 보니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주 52시간 도입’에 발맞춰 시간외 근무 수당체제도 전체적으로 손을 볼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협상을 해야겠지만 사측에선 시간외 근무에 대해선 수당과 휴가 보전을 명문화할 방침으로도 전해진다. 회계법인의 특성상 겨울에서 3월까지 일이 몰리는데, 과거엔 이를 4~5월 휴가를 줌으로써 보상했다. 하지만 앞으론 정확하게 계량화해 수당으로 보전을 하던지 휴가로 보전해 주는 형식인 셈이다.
파트너 조직으로만 이뤄진 이사회와 더불어 젊은 회계사들이 중심이 된 이사회 조직을 만드는 방안 등도 언급된다. 체육대회 같은 사내 행사에도 파트너들이 주가 되기보단 직원들이 만들어가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 이전과 같은 문화로는 바뀐 노사관계에 대립만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급여 인상과 추가 근무 수당 도입 등으로 높아진 비용은 경영진이 풀어야 할 숙제로 거론된다.
회계법인들의 먹거리가 정해진 데에다 감사품질 인상에 발맞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식서비스 업종이다 보니 노사갈등으로 파업까지 이어지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크다.
한 대형 회계법인 시니어 파트너는 “건전한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것에 대해서 시니어 파트너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라며 “하지만 정부에서도 해외처럼 감사시즌을 다양하게 해서 회계법인들의 일을 분산시키는 등의 지원을 통해 감사품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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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