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가 기준 3600억 수준
풋옵션 보유못해… FI 움직임 예의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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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이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식 보유만 10년째지만 현금화 할 방법이 없던 터에 FI들이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앞장서 나서지는 못하지만 FI들 뒤에서 유동화할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교보생명 주식 가운데 5.85%인 112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인 신창재 회장을 제외하고 코세어(9.79%), 어피너티(9.05%), 캐나다OTTP(7.62%) 등 주요 FI 다음으로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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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투자자도 아닌 수출입은행이 5%가 넘는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15년 전인 2003년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가 사망하자 상속인들은 2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현금으로 낼 수 없어 현물인 교보생명 주식으로 세금을 납부했다.
기획재정부 손으로 넘어간 교보생명 주식은 5년 뒤 수출입은행이 보유하게 됐다. 수출입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자 기획재정부가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출자 형태로 수출입은행에 넘기면서다. 교보생명 상장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수출입은행은 10년째 회사의 주식을 들고 있다. 주식의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3600여억원(장부가 기준)에 달한다.
수출입은행 입장에서야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싶었지만 그간 목소리를 낼 처지가 아니었다.
재무적투자자(FI)들과 달리 주식에 대한 풋옵션도 없고, 정부기관이다 보니 FI들과 같이 회사에 IPO를 압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FI들이 단체로 풋옵션 행사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FI들과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지분을 유동화할 방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FI들도 여러 루트를 통해 수출입은행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관리차원에서라도 교보생명 지분 유동화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로부터 현물출자 받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BIS비율을 깎아먹고 있는데다, 여신을 제공한 자동차부품사 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면서 BIS비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FI들의 움직임에 따라 수출입은행도 10년간 보유한 주식을 현금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라며 “BIS비율 관리차원에서라도 어떻게든 보유주식을 현금화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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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