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KT 공정위 판단 두고 막판 고심
과거 SKT 사례와 다르다는 점 적극적으로 소명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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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나빠 넘어지면서 공정위 문을 먼저 열어버린 통신사가 모든 책임은 뒤집어쓰는 상황 아닐까요? 통신 3사 모두 그 상황은 피하고 싶을 테고요"(M&A 거래 관계자)
유료방송 인수에 뛰어든 통신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막바지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를 각각 인수하는 안이 윤곽을 드러냈지만, M&A를 둔 공정위의 판단은 여전히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가격 등 제반 조건에 대한 합의를 마치고 막바지 세부 조건 조율에 나서고 있다. 11월 마지막 주 진행될 LG유플러스의 이사회 안건엔 해당 M&A안은 포함되지 않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12월 초 계약체결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양 사 내부에선 내년 1분기까지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KT도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실사를 마치고 마지막 구속력 있는 가격 제안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내부 사장단 회의에서도 제반 조건에 대한 보고를 끝낸 상황이지만 KT는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M&A에 나서는 데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지난 6월 합산규제가 일몰되며 KT도 법적으론 인수에 걸림돌은 없다. 하지만 현행 유료방송 분야(SO, 위성방송, IP TV 포함) 선두 사업자인 KT가 몸집을 더 불린다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부정적 여론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마지막 남은 대어(大魚)로 꼽힌 티브로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대 주주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지난 3월 경 최대주주 태광에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제반 조건에 대한 협상을 이어왔다. 양 측은 가격 협상을 끝내 연내 거래를 종결하기로 합의했지만 공식 발표와 진행은 잠시 미뤘다. LG와 KT의 거래가 먼저 성사돼 일종의 '시장가'가 형성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 2015년 SK텔레콤의 CJ헬로(당시 헬로비전) 인수가 무산된 이후 수면 아래서 진행돼 온 유료방송 재편 움직임이 3년여만에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른 셈이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주무부서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알려졌듯 공정위는 지난 2016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당시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건을 최종 불허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할 경우 두 회사가 영업하고 있는 방송 권역 23곳 중 21곳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다는 점을 들었다.
해당 논리가 고스란히 이어진다면 SK텔레콤은 물론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LG유플러스와 KT 모두 M&A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당시 결정을 두고 업계에선 “이미 통신사들이 꾸리는 IPTV는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확대해 가는데, 권역별 규제를 꺼내든 건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가 당시 공정위 사무처장을 불러들여 부정적 입장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공정위 직원의 법정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을 확실하게 종식할 방안은 권역별 규제를 폐지하거나 전국사업권으로 조정하는 안이 담긴 '통합방송법'의 제정이지만 아직까지 입법화가 되진 않았다.
공정위를 제외한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가 모두 과거와 다른 속내를 공개적으로 내비친다는 점은 통신사들에 긍정적인 요소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달 열린 IPTV 10주년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케이블 TV 합병은 시장 변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공식화된 것은 없지만 구체적으로 기업간 진행되거나 지금도 움직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장관은 법률상 공정위와 협의해 최종 M&A 인가를 결정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발간한 '2017년 방송시장경쟁평가'를 통해 "케이블TV(SO, 위성방송, IP TV) 사업자는 전국적인 경쟁 상황에 놓여있지만, 권역으로 한정해서 경쟁 제한성을 인정한다면 왜곡된 분석 결과가 나올 것"이란 변화된 시각을 보였다.
LG유플러스와 KT 모두 당시 공정위 불허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SK텔레콤의 M&A를 막았던 상황. 3년만에 태도를 뒤집어야 하는 '머쓱한' 상황이란 관전평도 나온다.
결국 두 업체는 각각 '통신분야 3위 사업자인 점(LG)', '고사 직전인 업체의 가입자와 임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M&A인 점(KTㆍ딜라이브)' 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과거 공정위가 통신(SK텔레콤)과 케이블TV(CJ헬로)에서 1위 사업자들의 결합이었던 점을 M&A 불허 결정 이유로 들었던 점을 내비치고 있다. 통신분야에서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인수에 대해선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내부에선 과거 영입한 공정위 및 주무부처 출신 인력들을 LG유플러스 내 대관 담당으로 발령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KT는 인수 대상이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딜라이브' 인 점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IP TV의 확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료방송 사업자를 살릴 산업 합리화 차원의 거래란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실제 딜라이브는 내년 6월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출 만기가 도래한다. 연내 매각이 무산될 경우, 채권단간 채무 연장 등 리파이낸싱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내부 분위기는 부정적으로 전해진다. 일부 금융권에선 연내 거래 종결이 무산될 경우 현재 '투자금융부'에서 관리 중인 딜라이브를 '구조조정 부서'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은 두 곳 중 어느 곳이 M&A를 단행하더라도 과거 KT와 LG유플러스 처럼 적극적인 반대 여론을 조성하진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호 사장이 연 초 직접 "유료방송 M&A는 산업 발전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만큼 상황을 지켜본 후 매물 탐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티브로드 정도가 점쳐지지만, SK텔레콤 측이 태광그룹의 오너리스크에 부담을 느껴 이미 인수전에서 발을 뺀 점은 변수다. LG유플러스-CJ헬로의 공식 계약이 KT-딜라이브에 앞 설 경우, 딜라이브 인수전에 참전해 몸값을 높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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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2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