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흔드는 규제준수 중요성 커져
자문 영역 광범위…마케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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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법무법인들은 최근 수년간 재벌 총수들의 송무 사건으로 쏠쏠한 성과를 냈다. 대기업 규제가 여전하고 사회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않아 내년에도 총수들의 법률자문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궤를 같이해 기업들은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규제준수) 강화를 꾀하고 있다. 계열사단의 작은 문제도 그룹 전체와 총수에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법무법인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탄핵정국 후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기업 총수들은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 미래 구상보다는 규제 강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급했다. 웬만한 총수와 그 일가는 한번씩 구설수에 올랐고, 일부는 형사소송을 피하지 못했다. 소송 대응 논리를 마련하든 후계 구도를 짜든 외부 법률 자문이 필요했고, 법무법인들은 덕을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사소송이 대표적이다. 태평양은 2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을 이끌어내며 단번에 수백억원대 수임료를 올렸다. 신동빈 회장 소송에서 활약한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최근 롯데그룹 자문을 휩쓸고 있다. 경쟁사에선 신 회장의 자문료 정산이 다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롯데그룹 관련 자문엔 관심을 끊은 모습이다.
총수 관련 법률자문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새로운 기업 총수들의 비위가 터져 나오고 있고, 아직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기업들을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황창규 KT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물러난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상속세 탈세 혐의가 불거졌다. 지난달엔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탈세 혐의로 9월 2심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은 회사자금 횡령 및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6월 법정구속 됐다. 2011년부터 형사소송이 진행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황제 보석’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회사 수장들도 법무법인을 찾을 일이 많아졌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와 투자회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FI들이 요구해 온 기업공개(IPO)만으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지만, 신 회장 입장에선 경영권까지 내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양 측은 각각 대형 법무법인들을 선임해 소송 대비에 나섰다.
금융그룹 회장들은 대부분 올해 채용비리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금융그룹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공공적 성격 때문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인이 아닌’ 회장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일부는 개인 비위 혐의가 확대되며 옷을 벗기도 했다. 임기 교체기마다 이런 사례가 계속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금융그룹 회장들이 무고함을 주장하고 자리를 보전하려면 대형 법무법인의 조력이 필요하지만 개인 자격으로 비용을 감당하기는 부담스럽다. 그룹 오너들과 달리 편의를 봐줄 만한 것도 없다. 비밀유지와 효율성을 감안하면 한 번 일을 맡긴 후 법률대리인을 교체하기 쉽지 않다. 한 금융그룹 회장은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이 비용 지불 지연을 이유로 자문을 중단하겠다고 하자 부리나케 대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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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강화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계열사의 작은 문제라도 그룹 전체를 흔들고 궁극적으론 그룹 수장까지 위험으로 몰 수 있다. 두 국적항공사의 논란도 결국은 규제를 준수하지 않아 불거졌다. 시민단체, 주주, 투자자 할 것 없이 기업을 감시하는 상황이라 애초에 책잡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했다. 길게는 수 년간 미뤄졌던 법률자문 수수료 정산도 이뤄졌다. 신동빈 회장 소송 기간에 불거질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평가다. 꾸준히 김앤장 등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들을 초빙해 컴플라이언스 강좌를 진행한다. 김앤장은 쏠쏠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SK텔레콤은 동영상플랫폼서비스 ‘옥수수’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투자를 받기 위해선 사업부를 먼저 분할해야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기를 거스를 부분이 있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은 국제 규제까지 신경 써야 한다. 미국은 이란·북한 제재 등 위반에 대해 막대한 벌금을 물려왔다. 단순히 한 금융회사가 해외 사업을 접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국내 금융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로부터 거래소 규정 위반 및 조사 방해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대형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국내에선 아직 둔감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자금세탁방지 등 컴플라이언스 위반 시 국내 금융사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대체로 내부통제 기준을 잘 갖추고 있지만 전문 영역이 많고 규제를 규제 자체를 몰라서 못 챙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에서 단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챙겨야 할 분야는 많은데 관련 규정은 매년 바뀌기 때문이다. 외부 법무법인의 조력이 필요하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기회를 잡기 위해 부지런히 마케팅을 하고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여는가 하면 기업들을 찾아가 직원 대상으로 강좌를 진행하기도 한다. 한 그룹의 마음을 얻으면 계열사의 인사, 공정거래, 반부패,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크게 보면 김앤장의 ‘L·O·V·E’도 모두 컴플라이언스로 볼 수 있을 만큼 그 범위가 넓다”며 “회장님이 관련된 형사 컴플라이언스가 가장 돈이 되기 때문에 법무법인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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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2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