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진 신임대표, 코오롱 사업부문 경험 전무
승계 과정에서 잠시 대표 자리 맡았다는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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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갑작스런 퇴임 발표 이후 뒷말이 무성하다. 사실상 외부인사에 가까운 유석진 대표이사가 그룹을 이끈다는 점도 그렇고, 집단지도 체제란 새로운 경영 시스템도 정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이뤄졌다. 이 모두가 이 회장의 검찰수사를 앞두고 급하게 이뤄져 이 회장의 퇴진을 ‘용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지난달 28일 이웅렬 회장은 사내 행사 말미에 돌연 회장직에 내려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예정에 없던 그의 퇴임에 재계는 술렁거렸다. 특히 재벌 총수로서 어려움을 표현한 ”금수저 꽉 무느라 턱이 빠지지 않은 게 다행이란” 말이 널리 회자됐다. 재벌 총수의 어려움에 대한 동정 여론과 그의 결단에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검찰이 이 회장을 ‘상속세 탈세’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여론은 반전됐다. 그의 퇴임을 놓고도 상속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자연스레 후임자로 지목된 유석진 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 회장을 대신해 코오롱 수장 자리에 오른 유 대표는 ‘코오롱맨’으로 불리기엔 어색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 대표는 국내 외국계 투자은행(IB) 1세대로 2000년까지 도이치뱅크 서울지점 IB부문 부지점장을 지냈다. 그 후에도 코오롱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등 줄곧 투자업계에서만 종사했다.
2013년부터 코오롱그룹의 전략기획실장을 맡아 그룹의 전략 관련된 일을 담당하긴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업을 진두 지휘한 경험은 전무하다. 그룹 양 축인 코오롱인더스트리(화학·패션·소재)와 코오롱글로벌(건설·부동산·무역) 모두 성장 정체로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 그가 갑작스레 그룹의 수장이 됐으니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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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선 사실상 외부인사인 그가 그룹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조직 장악력도 떨어지고, 사업 이해도도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유 대표가 중용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에만 있던 사람이 재계 30위 그룹의 사업을 이해할 수 있겠냐”라며 “유 대표가 이 회장의 카리스마를 대신하긴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새로운 그룹 경영 시스템인 ‘원앤온리위원회’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그룹의 집단지도 체제 정착이란 명분 아래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룹의 핵심계열사 대표들이 모여 주요 의사 결정을 하겠다는 취지라지만 '과연 제대로 운영이 될까'하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 회장의 급작스런 사퇴로 원앤온리위원회의 조직과 운영방침 등에 대한 세부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만큼 사전 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집단지도 체제라기 보다 이 회장이 공석일 때 서로에 대해 감시하란 의미로 보인다”라며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임시 조직이라고 보면 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전무로의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현재 코오롱그룹의 정점인 ㈜코오롱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앞으로 이 회장이 보유한 ㈜코오롱 지분(49.74%)을 상속받아야 한다.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단단하다 보니 승계작업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상속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현재 이 전무가 보유한 코오롱그룹 관련 지분은 리베토 싱가포르법인 지분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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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2월 13일 14:5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