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과정에서 적자 줄였지만 영향력 더 크게 감소
전체 산업 역성장도 가속화…무게추도 '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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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할 예정이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부터 단행된 구조조정으로 손실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룹 안팎의 존재감도 비례해서 줄고 있다.
LG전자의 실적을 이끄는 TV사업부의 수장이 스마트폰 사업까지 총괄하며 입지는 축소됐다. 중장기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의 ‘팀’단위 규모 축소에 이어 사업의 ‘자연소멸’까지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LG전자는 최근 발표한 2019년 임원인사에서 스마트폰 사업의 수장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약 1년간 MC사업본부장을 맡아온 황정환 부사장이 떠나고 권봉석 HE사업본부장(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겸임하게 됐다.
전임 MC사업본부 수장들이 크게는 연간 조(兆)단위 적자를 기록하고도 최소 3년간 자리를 지켰던 점과 대비된다. 구광모 회장의 새로운 인사 방향으로도 주목받았다. LG화학 수장을 외부에서 영입해 긴장감을 심은 데 이어 그룹 차원 고민거리인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고강도의 수술이 예고됐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실적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11조1580억원, 영업적자 737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도 4678억원 손실을 기록 중이다. 14분기 연속 장기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4분기에도 MC사업본부가 적자를 보여 올해만 6090억원(DB금융투자 전망)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업적자 폭은 전년 대비 소폭 줄었지만 매출이 큰 폭으로 함께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적자폭이 올해 대비 더 컸던 지난해까지도 매출은 분기 3조원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올해는 분기별 2조원 초반 수준까지 줄었다. 매출과 직결된 제품 판매량이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다. 제품 통합 및 비용 절감 과정에서 불가피한 과정으로도 해석되지만, LG전자 내에서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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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 관계자들은 LG전자가 G‧V시리즈 등 주요 프리미엄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며 효율화를 택한 방향 자체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올해도 G7 씽큐(상반기 출시), V40 씽큐(하반기 출시) 두 가지 모델을 주축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스마트폰 모델을 최소화해 소수 프리미엄 소비자를 공략한 일본 '소니(Sony)'의 방향과 일치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과 LG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가운데 체질 개선이 이뤄질 걸로 예상했지만, 마케팅 비용 등을 예년보다 줄이니 G시리즈와 V시리즈 판매량부터 급속히 줄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LG전자의 뒤늦은 타이밍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LG전자가 ‘점유율’ 욕심을 버리고 스마트폰 사업 축소를 결단한 시기와 맞물려 산업 전체의 성장세가 같이 꺾인 점이 직격타였다는 평가다. LG가 속했던 프리미엄 브랜드 라인에 중화권 업체가 속속 합류해 경쟁도 격화됐다. 중저가 라인업으로 평가되던 업체들도 듀얼‧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제품군을 속속 발표하며 글로벌 수준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 LG전자 담당 애널리스트는 “LG전자의 선택이 매번 운이 따르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며 “LG 스마트폰 성능과 품질 관리가 이제서야 합격점을 받고 있지만 하필 전체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은 시기”라 말했다. 이어 “시장이 성숙기를 지나 교체 수요도 줄어든 데다 삼성전자·애플 제품 소비자들이 이제 굳이 모험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자담당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애플마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는 상황에서 이제 한 업체의 전략만으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내년 하반기 나올 5G폰이나 폴더블폰 등 다시 '기술 혁신'로 소비자를 끌어와야 할 시기인데 뒤처진 LG가 이 부분에서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제 LG 스마트폰의 존폐를 두고 평가가 다시 나오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그룹을 이끌게 되면서 고(故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 시기처럼 대규모 적자를 인내하며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할 여지는 줄어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MC사업본부가 지속적인 규모 축소를 통해 자연적인 소멸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인사가 MC사업본부를 팀단위로 재편해 HE사업본부에 편입하는 수순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TV사업의 축소 과정에서 독립된 사업부였던 TV를 생활가전 부문으로 편입해 유사한 선례를 보이기도 했다.
MC사업본부가 스마트폰 생산비중을 점차 줄이고 IoT를 비롯한 스마트폰에서 활용된 핵심 기술을 TV로 이식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전자업계에선 LG그룹이 주요 하드웨어를 공급해온 애플·구글과 손을 잡고 스마트TV 분야에 다시 발을 들이는 방안들도 언급되고 있다.
신사업으로 분류되는 전장사업이 규모면에서 이르면 2020년부터 MC사업본부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돼 지금의 입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LG전자는 3분기 전장사업부 명칭을 기존 VC(Vehicle Components)에서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로 변경하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인수한 ZKW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전장사업부의 매출 및 이익 규모도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큼 커질 것"이라며 "LG전자 내 스마트폰 사업의 중요도도 자연스레 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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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2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