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에 1년 새 CEO 2명 사임
재무구조 개선·성장동력 확보 위해 자금마련 '사활'
DICC 소송 패소하면 그룹 재무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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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주력이던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아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늘 두산의 '뇌관'으로 여겨졌던 두산건설은 최근 유효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졌다. 그룹의 재무부담은 커졌는데, 내년 사업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과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하다. 연말이지만 두산그룹의 전방위적인 자금조달은 계속 되고 있다.
지난 10일, 김명우 두산중공업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올해 3월 정지택 전 대표이사(부회장)가 실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불과 9개월 만이다. 김명우 전 대표이사는 정지택 부회장의 퇴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할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나, 역시 경영 악화와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두산중공업의 올 3분기 매출액(2조846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0%, 영업이익(1434억원)은 약 28% 감소했다. 지난 2016년 9조원에 가깝던 수주액은 점점 줄어들어 올해는 약 3조7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수주액이 줄면서 내년 실적도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두산중공업이 내년에 갚아야하는 회사채는 2900억원이다. 보유현금은 지난해에 비해 줄어 약 4000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165%, 차입금 의존도는 44%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두산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두산밥캣 지분 10% 블록딜(3700억원) ▲두산엔진(現 HSD엔진) 경영권(820억원)을 매각했다. 또한 비용절감을 위해 임원의 30%이상을 감축하고 임직원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상황은 반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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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은 현재도 자금마련을 위해 국내외 증권사 및 사모펀드(PEF)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두산그룹이 약 2000억~3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이 두산그룹에 대한 익스포저가 차 있기 때문에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영국의 장비솔루션업체 '에토스에너지'(Ethosenergy) 인수를 위해 실사단을 파견했다. 거래규모는 수 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연내 계약은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다. 이와는 별개로 관련업계 글로벌 업체들과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국내외 PEF와 접촉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가용 자금이 얼마 없다보니 금융권 자금조달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과 더불어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도 자체 자금조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두산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두산밥캣 지분 4.3%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 14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추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마련 방안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두산밥캣은 최근 유럽법인 정리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산밥캣은 손자회사인 두산베네룩스(Doosan Benelux)의 청산절차에 앞서 2억유로(약 2500억원)의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마찬가지로 손자회사 두산테크노홀딩스(Doosan TH)의 청산 작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두산밥캣은 최근까지 약 3000억원 규모의 포터블파워 사업부의 매각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두산중공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두산건설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 5월 NICE신용평가는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고, 최근 한국기업평가도 하향하면서 두산건설의 유효 신용등급은 BB가 됐다. 과중한 차입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 평정의 요지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주체가 되는 DICC 소송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법원은 1심에서 두산그룹 손을 들어줬으나, 고등법원은 FI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가액은 최대 8000억원 수준으로 내년에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 측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그룹의 자금소요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전 계열사가 전방위적인 자금조달에 나선다는 것은 단순히 재무구조 개선 목적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DICC 소송과 관련한 비용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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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2월 1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