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 CJ그룹 딜에 참여
안진은 LG전자 고객사로
경쟁강도 약해지면서 전체적으로 수익성은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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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던 회계법인들의 감사 대상기업의 M&A 매수 자문 금지가 연말 회계법인 재무자문 팀의 성적표를 갈랐다. 부동의 1위라 불리는 삼일은 위축된 반면 삼정, 안진의 재무자문 부문은 반사이익을 거뒀다.
작년 공인회계사법 일부 개정으로 회계법인의 직무제한 범위에 M&A 매각 자문뿐 아니라 매수자문이 포함됐다. 과거에는 특정 대기업의 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의 경우 이해상충 문제로 해당기업의 자산 계열사 매각자문만 금지됐으나 올해 5월부터는 해당 기업이 다른 회사를 사들이려 할 때 인수자문도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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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큰손을 주요 감사고객으로 갖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은 제도 시행에 직격탄을 맞았다. 삼일회계법인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CJ, GS, LG전자, 롯데쇼핑, 호텔롯데, KB금융지주의 감사법인이다. 올해 M&A 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였던 CJ그룹, 대규모 해외기업 인수에 나선 LG전자 등이 주요 감사법인이다 보니 관련 된 자문 업무를 경쟁사에 뺏겼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삼정이 감사밥인으로 있는 포스코와 SK텔레콤의 자문 업무를 맡은 정도다. 제도 시행 이전부터 포스코 담당을 만드는 등 나름의 자구안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워낙 굵직한 회사들이 감사법인으로 있다 보니 바뀐 제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반면 삼정은 그 수혜를 고스란히 받았다. 삼정은 CJ제일제당의 미국 식품업체 카히키 인수, 미국의 냉동피자 업체인 쉬완스컴퍼니 인수의 실사 업무를 담당했다. 이 외에도 롯데면세점의 호주 면세점 업체인 JR Duty Free 인수에도 실사 업무를 담당하며 삼일의 빈 자리를 차지했다.
안진도 재미를 톡톡히 봤다. 전통적으로 강했던 사모펀드(PE)의 인수 실사를 비롯해 주요 대기업들의 M&A 자문 및 실사 업무에 참여했다. LG전자의 오스트리아 전장업체인 ZKW 인수실사를 비롯해 LG화학의 미국 접착제 제조사 유니실 인수실사 등에 참여했다. 대기업들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M&A를 전문으로 하는 PE들과 차별점이 줄어든 점도 안진이 두각을 나타낸 배경이다.
한영도 대기업 딜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제과의 미얀마 제빵업체 ‘메이슨’ 인수를 비롯해 CJ대한통운의 미국 물류기업 DSC로지스틱스 인수 실사에 참여했다. 주요 대기업 감사법인이 경쟁 3사에 집중돼다 보니 앞으로 대기업 딜에 참여기회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손익계산표는 달랐지만 전체적으론 제도 시행에 덕을 봤다. 4개사끼리 경쟁하던 구조가 약화하면서 치열한 수수료 싸움을 벌이지 않아도 됐다. 재무자문 업무를 못하더라도 지정감사제 도입 등으로 감사수수료가 올라가면서 회계법인 자체만 놓고 보면 전반적인 수익성이 향상됐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수수료뿐만 아니라 자문수수료도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분위기다”라며 “재무자문 본부만 놓고 보면 희비가 갈릴 순 있으나 회계법인 전체적으론 외감법 개정에 따른 수혜가 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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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2월 26일 16:5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