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역 인수금융, 자본금 앞세운 초대형IB가 섭렵
중소형사, 부동산신탁시장 진출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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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국내 투자은행(IB)들은 전통적인 수입원에서 벗어나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국내 주식시장은 하반기부터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고 글로벌 경기가 하향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급격히 위축했다. 회사채 시장도 활기를 잃었다.
주 수입원을 잃어버린 국내 증권사들은 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인수금융 시장에 더 적극 참여했고, 최근엔 부동산 신탁 사업과 같은 새 먹거리 발굴에도 한창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일평균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8조4245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만 해도 일평균 거래대금 15조8000원을 기록한 것을 비춰볼 때 절반가량 줄어든 수치다. 12월엔 이보다 거래규모가 더 줄어들고 있다. 이는 곧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실적 감소와도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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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은 내년에도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주식운용 담당자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자까지 하반기부터 투자심리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내년에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 크게 반전될 유인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통로였던 회사채 시장도 예전과 같지 않다. 미국 경기의 성장세는 둔화했다. 미국 발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움직임도 둔화했다. 증시 하락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주요 기업들은 계획을 미뤘고, 채권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잦아졌다. 회사채 시장은 기업의 차환 발행에 의지하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주 수입원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야 하는 대형 증권사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이미 대형사들 사이에선 자기자본투자(PI)와 총액인수 전략은 보편화 했다. 특히 초대형IB 라이선스를 보유한 대형사들은 은행들의 영역이었던 인수금융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 등 상위 10곳이 올해 제공한 인수금융 규모는 약 13조8911억원으로 전년(13조9026억원)과 유사했다. 다만 상위그룹의 면면은 크게 바뀌어 은행주도의 시장에서 초대형IB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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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2조1000억원의 인수금융 실적을 기록한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2조885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를 대표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코웨이‧두산공작기계)‧한앤컴퍼니(쌍용양회공업)‧VIG파트너스(삼양옵틱스) 등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리파이낸싱을 주선, FI들의 자금줄 역할에 앞장선 모습이 눈에 띄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초대형IB들도 상위권에 위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특히, 올해 말 진행한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 과정에서 1조원에 가까운 인수금융을 주선하며 주목을 받았다. 아직 거래 성사여부는 예단하기 이르다. 다만 자본금을 앞세운 초대형IB들의 인수금융 사업 확대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 거래라는 평가다.
인수금융시장에서 초대형IB들의 약진은 은행들의 시장 잠식을 의미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해 있었다면, 올해는 인수금융 모집주선 상위 10곳 중 이름을 올린 곳은 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 정도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은 부동산 시장까지 확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부동산 신탁업 신규 인가를 위해 10년 만에 문호를 개방했다. 총 3곳의 예비인가를 내릴 계획인데, NH농협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지주와 대신‧부국‧신영‧유진‧키움‧현대차 등 중소형 증권사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제까지 부동산 신탁업은 연평균 약 35%씩 성장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다만 신규진입이 늘어나고, 국내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이면서 부동산 신탁업 업황이 기존의 수준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평가도 나온다.
내년에도 초대형IB, 중소형 증권사들의 새 먹거리를 찾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한 경기 전망에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조정, 이에 따른 M&A와 파생 거래들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 영역 다각화를 추진하며 수입원 발굴에 나선 국내 IB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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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2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