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매물 증가로 몸값 하락 우려
먼저 나서자니 캐피탈업 불황 부담
“롯데캐피탈 결과 따라 움직일 수도”
-
올해는 정부 규제나 투자회수기 도래에 따른 캐피탈사 M&A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가 많다면 일찍 시장에 나가 관심을 받는 편이 유리할 수 있지만 향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가장 앞서 추진되는 M&A가 후속 타자들의 의사결정을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그룹과 효성그룹은 지주회사 행위제한 해소를 위해 캐피탈사를 매각해야 한다. 롯데는 2017년 10월, 효성은 작년 6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는데 각각 전환일로부터 2년 안에 금융사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롯데는 연초 본격적인 롯데캐피탈 매각 준비에 들어갔다.
외국계 사모펀드 J.C.Flowers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전 KT캐피탈)도 잠재 매물로 꼽힌다. 투자 후 만 4년이 가까워지며 회수기가 다가오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올해 다시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로 적을 옮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각자 입장에선 동종 업계 잠재 매물이 많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힘을 주는 사업 영역은 조금씩 다르지만 싸게 조달해서 마진을 붙여 자산을 쌓는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조달금리가 핵심인 캐피탈업 특성 상 누구를 인수하느냐 보다는 누가 인수하느냐가 중요하다. 공급의 증가는 곧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경쟁자들보다 먼저 매각을 추진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러나 업황 자체가 좋지 않아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캐피탈사들은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누렸다. 은행과 저축은행 사이에서 입지가 모호해질 무렵 자동차 할부금융이 주요 먹거리로 떠올랐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늘어난 가계대출 수요도 흡수했다.
부실 위험이 크지 않다 보니 자산 증가는 곧 자본 확대로 이어졌다.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이 아니라 인수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더라도 팔릴 때는 적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앞서 손이 바뀐 캐피탈사는 KT캐피탈(2015년), 두산캐피탈(2015년), 한국씨티그룹캐피탈(2016년), 아주캐피탈(2017년) 등이다. 이 중 주식매매 형식으로 진행된 KT캐피탈과 아주캐피탈 M&A에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다른 금융업권이 PBR 1배에 한참 못 미친 것에 비하면 높은 평가다.
올해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지는 의문이다. 이미 캐피탈 업계는 ‘고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상 부담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2017년에 이어 작년에도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다.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해도 조달금리 상승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다른 금융업권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에 따른 연체율 상승도 우려된다.
올해 경기 전망은 어둡고, 자산 증가 속도도 둔화하는 모양새다. 예전만큼의 매력을 찾기 어려운 데다 덩치마저 커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캐피탈 업이 안 좋다 안 좋다 하면서도 매년 10% 이상 자산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작년 3분기 기점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작년 3분기말 ROA(총자산수익률)도 전년동기 대비 낮아지는 등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모두 악화하고 있어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캐피탈사를 내놓는 입장에선 먼저 움직이자니 만족스런 값을 받지 못하고 시장의 시각만 확인시켜줄까 부담스럽다. 경쟁사들과 때를 맞춰 시장에 나서자니 몸값이 더 떨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첫 테이프를 끊은 롯데캐피탈의 결과에 따라 매각 계획을 정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M&A 자문사 금융담당 관계자는 “일정상 롯데캐피탈 매각이 가장 앞서 있는 만큼 다른 후보들은 그 매각 결과와 잠재 후보군 면면을 살펴 매각 작업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