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부족 등으로 인구 급격하게 줄어들어
연금운용도 기대에 못 미치며 해마다 부채 규모 증가
국민연금, 개편 앞두고 시사하는 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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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편안을 두고 국회의 논의가 오는 16일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를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4지 선다형', '미봉책' 등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최근 해외 연기금이 채무확대로 고갈 염려까지 하는 사례들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연금고갈이 대표적이다. 해당 연금은 채무가 늘면서 주정부 재정 상태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며, 인구감소 등으로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참고해야 할 '반면교사'란 의미다.
최근 부채확대로 연금 고갈을 걱정하는 일리노이주는 시카고가 속한 미국내 여섯번째 큰 주다. 인구만 1270만명에 달하지만 2013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2018년 일리노이주의 인구가 4만5000여명이나 급감, 뉴욕주 다음으로 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한 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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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인구감소에는 다른 주로의 이동과 출산율 감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날씨, 주거환경 등과 함께 일자리 감소가 인구감소로 이어졌다. 지난 2017년부터 일리노이주의 일자리는 급격하게 감소, 이전만 하더라도 일자리 성장율이 1.7% 수준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일자리 성장율이 0.97%로 대폭 감소했다.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일리노이주를 떠나고 있다는 의미.
기금운용 부실도 이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증시가 활황을 이어갔음에도 공적연금의 부채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일리노이주의 미적립 연금 채무는 2009년 780억달러에서 지난해 1340억달러로 72퍼센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S&P 500 지수가 200퍼센트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연금재정 악화는 더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미국의 경기 호황이 끝나고 불황의 그늘이 드리우면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일리노이주 연금이 처한 상황은 국내와도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인구가 2015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5000만명에 이르던 인구는 2045년을 기점으로 5000만명 이하로 줄어든다. 지난해 국내 합계 출산율은 1명 아래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인구감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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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감소도 유사하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이 사상최대로 줄어들면서 일자리 증가가 10만명도 채 안됐다. 지난 2017년의 3분의 1 수준이다. 구직자 사이에선 국민연금 수령은 차치하더라도 연금을 낼 수 있는 형편이라도 되고 싶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자산운용능력도 떨어졌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수익률은 10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지난해 10월까지 마이너스 16.57% 손실을 기록했다. 국내외 주식수익률은 같은 기간 시장 벤치마크(BM) 지수보다 0.46%포인트, 0.74%보다 낮은 수치다. 인구가 감소하면 자산운용을 통해서라도 연금고갈 시기를 늦춰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리노이주와 같은 상황이 닥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음주부터 국회에서 논의되는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 4가지 모두 이런 상황을 피하기엔 어려운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리노이주의 경우도 지난 2013년 연금부채 감소를 위한 의회차원의 입법 노력을 벌였다. 퇴직나이를 늦추고, 생계비 지원금을 덜 받는 형식으로 개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헌법에 위배된다며 연금개혁 법안을 위헌 판결 내리면서 연금 개혁이 이뤄지지 못했다. 제때 연금개혁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후 상황은 점점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리노이주 공적연금 문제가 주 정부의 재정을 심각하게 악화시킨 사례를 국회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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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