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회장 '절세 vs. 손 털기' 두고 고민할 듯
티저 배포 이후 IM, 예비입찰 등 후속절차 통보되지 않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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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매각에는 김정주 회장에 대한 검찰의 역외 탈세 관련 조사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후 김정주 NXC 회장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에도 세금 문제가 있었다. 검찰은 김 회장이 넥슨(일본 상장사) 주식을 조세회피처인 벨기에 브뤼셀(NXMH B.V.B.A.)에 '취득가(장부가)'로 현물 출자한 과정에서 역외 탈세 여부를 조사했다. 이에 회사 측도 외부 자문사들을 선임해 대응 방안을 보고 받아왔다.
관련 수사가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불기소로 끝나고 여론도 잠잠해진 2018년 초. 그간 넥슨 지배구조 정비와 김정주 회장 세금관련 업무를 돕던 도이치뱅크 뉴욕 지점‧일본 현지 로펌과 회계법인, 글로벌 컨설팅사 등이 새 업무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비밀리에 넥슨의 매각을 전제로 한 딜(Deal) 구조 마련에 착수했다.
당시 수사를 방어한 인연으로 일부 인력들도 국내 사상 최대 규모 M&A가 유력한 이번 거래에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일부 후보들에 공개되며 본격화된 건 다소 시간이 흐른 작년 하반기로 전해진다. 넥슨은 도이치증권 뉴욕 지점을 통해 소수 후보에게 인수 의사를 묻는 일종의 매각안내서(Teaser Letter)를 송부했다. 사업상 파트너인 중국 텐센트가 초청됐다. KKR‧TPG 등 미국계 PEF 일부와 역시 미국계 IT 기업 한 곳 등 소수 후보도 재무 정보를 수령했다.
◆거래는 일본에서 진행중…MBK파트너스도 후보군으로 합류
거래 초반이다보니 정확한 거래 대상(Target)은 뚜렷하게 확정되지 않았다. 매각 측도 티저레터 등을 통해 "거래 실질은 넥슨(일본법인) 주식" 정도로 이번 거래를 안내하고 있다. 즉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넥슨 지분(47%)을 매각하거나, 김 회장과 특수관계자들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안. 또 NXC에서 별도로 매각대상들을 발라내 법인을 쪼개는(분할) 안 모두 거론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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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시작 시점부터 현재까지 넥슨 일본법인이 위치한 일본 동경에서 비밀리에 진행 중이다. 소수의 핵심 일본인 경영진과 일부 한국인 임원이 거래를 주도 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일본 본사에서 딜 구조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로펌 중에서 일본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모리슨 앤 포스터'(Morrison & Foerster)가 법률자문사로 활동 중이다.
예비입찰 등 추후 절차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후보들에 전혀 통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초대 받은 소수의 후보 외에도 일부 후보들이 지난해 넥슨 경영진과 접촉해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PEF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초반에 초대를 받지 못했던 MBK파트너스도 일본 본사 회의실에서 실무진과 만나 재무정보를 수령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다만 딜(Deal) 구조의 향방에 따라 김정주 회장 개인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거래 주체가 한국이냐 일본이냐에 따라 김정주 회장 개인이 내야 할 세금이 크게는 1조원 단위까지 벌어진다.
일각에선 비용 최소화를 논의중인 경영진들의 의사와 별개로 김정주 회장이 세금에 연연하지 않고 NXC 지분 전체를 내놓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특히 과거 사정 당국이 해외 현지법인으로의 현금 흐름을 주시했던 상황에서 '절세' 목적의 거래구조를 꺼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초청받지 못한 국내 PEF·IB, "중국·미국 전략적투자자 잡아라"
일찌감치 인수를 검토 중인 후보들의 고민은 단연 ‘중국과 던전앤파이터’로 쏠린다. 일부 후보 사이에선 넥슨 일본법인의 실적과 보유 자산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주가가 저평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즉 "10조원이 결코 터무니 없는 숫자가 아닐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넥슨 전체 매출의 절반은 중국에서 나오고 있고 이 중 약 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던전앤파이터 단 한 게임이 맡는다. 지난해 기준 넥슨의 실적은 매출액 2349억앤(2조4000억원), 영업이익 905억엔(9125억원), 당기순이익 568억엔(5727억원)으로 지역별로는 중국 49.1%, 한국 34.3%, 일본 7.3%, 북미 4% 수준이다.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열기가 식으면 인수 후 실적 절반 가량이 고꾸라 질 수 있다. 더 큰 고민은 향후 재무적투자자(FI)들이 경영권을 보유할 경우, 중국 정부의 지적재산권(IP) 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 때문에 거래 자체가 중국 정부에 외교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미국계 자본 혹은 전략적투자자, 혹은 중국계 SI의 초청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번 메가딜에 초청받지 못한 투자은행(IB)들이 글로벌 본사 단위에서 직접 중국계 혹은 글로벌 전략적투자자(SI)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일부 국내 PEF들도 인수전에 기웃거리고 있지만, 수조원대가 거론되는 거래 규모 탓에 단독 입찰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국내 펀드 주요 출자자(LP) 혹은 인수금융을 제공할 금융기관들도 문호가 열리길 기대하는 한편 일찌감치 참여를 포기한 곳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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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11일 15: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