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1배 적용도 무리…적용해도 2조원 초반
몸값 올려 인수 후보 접근만 막는다 지적
경영전략실 주도, 결과 따라 입지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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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금융 계열사 매각이라는 결단을 내렸지만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금융업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개별 사업군마다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되도록 금융사를 묶어서 매각하길 원해왔다. 그러나 이 경우 접근 가능한 원매자가 줄어들고 조율해야 할 영역도 늘어나게 돼 손에 쥐는 금액이 더 줄어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오는 28일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투자설명서(IM)는 투자자들에 배포됐다. 롯데캐피탈은 그보다는 늦게 진행 중이다.
K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한화그룹 등 전략적투자자(SI)와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오릭스PE 등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인수전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금융업 전반 침체…카드ㆍ손보 등 모두 악재 줄이은 상황서 매각
롯데그룹은 지주사 행위규제 해소를 위해 고심 끝에 금융 계열사들을 매물로 내놨지만 '매각 시기'를 너무 잘못 선택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까지는 그래도 대부분 금융사들이 선방했지만 올해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국내외 경기 침체와 연체율 증가 우려도 늘었다.
이번에 매각될 금융계열사 중 롯데카드는 덩치가 가장 크면서도 외부 악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발표된 정부의 수수료 인하 압박에, 간편결제 업체들의 성장으로 성장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전체에 대한 시장평가도 박하다. 현재 상장돼 있는 삼성카드에 적용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배 수준에 그친다. 2017년 PBR 0.6배 수준에 현대카드에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도 고전 중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나마 삼성ㆍ현대카드라서 이정도지 롯데카드에 이 배수가 적용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로선 가치산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롯데카드의 최근 장부가액(순자산)은 2조1000억원 수준. 상대적으로 후하다는 PBR 0.5~0.6배를 적용해도 1조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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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은 생명보험에 비해선 여유가 있지만 자본확충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보험물가 상승과 손해율 악화 등 불리한 사업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인수후보들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하더라도 롯데그룹 관련 계약 물량을 계속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매각금액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도 어렵다. 상장 손해보험사들의 PBR이 1배 내외인 점은 위안거리지만 롯데그룹이 보유한 지분율이 53%에 그친다. 지금 롯데손보의 장부가액 (5100억원)에 PBR 1배, 그리고 지분율을 감안해도 채 3000억원에 못미치는 금액이 나온다.
롯데캐피탈은 영업자산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 돼 그나마 기대주로 꼽힌다. 돈을 빌려서 다시 빌려주는 단순한 사업 구조라 위험성이 크지 않다. 이전 M&A에선 PBR 1배선에서 거래가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은행과 저축은행 틈바구니에서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조1600억원 수준의 장부가격에 얼마만큼 배수가 더해질지는 미지수.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 금융3사 가운데 그나마 낫다고 평가받는 롯데캐피탈에 대해서도 PBR 1배 언저리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고 평가했다.
결국 이들 금융3사에 대해 '호의적인' PBR 배수를 적용해도 산출되는 가격은 2조3000억원 내외에 그친다.
게다가 조달 금리가 중요한 만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몸값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용등급이 낮은 곳만 관심을 보이면 롯데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더 낮아진다.
일각에서는 금융 3사 매각 가격으로 롯데가 3조원 중후반을 바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업계 상위권 경쟁사보다 월등히 높은 PBR을 적용해도 나올까말까한 수치에 해당된다.
◇롯데그룹은 패키지 매각 희망 비춰…거래성사 가능성ㆍ몸값 상승에는 마이너스
이런 상황에도 불구, 롯데그룹은 세 회사를 묶어 팔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룹 입장에선 여러 금융사를 업권별로 한꺼번에 살 흔치 않은 기회라는 점을 어필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오히려 이렇게 내건 장점이 인수후보들에게는 '단점'으로 평가받는다.
당장 매물의 덩치가 커지면 접근할 수 있는 후보군이 좁아진다. 경쟁 강도가 떨어지면 프리미엄을 받을 기회도 줄어든다. 오히려 추가적인 할인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인수여력이 있더라도 세 업권의 회사가 모두 필요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KB금융의 경우 이미 카드, 손해보험, 캐피탈을 모두 거느리고 있다. 각 계열사의 시장 지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 인수한다 쳐도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한다. KB손해보험도 한동안 잡음이 이어졌다.
BNK금융엔 더 버겁다. 손해보험과 카드를 채울 기회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지방금융지주 입장에서 선뜻 움직이긴 어렵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도 롯데 금융 계열사를 모두 인수하기 쉽지 않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큰 돈을 쓴 DGB금융은 애초부터 후보군에 끼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한화그룹 정도만이 상대적으로 패키지 인수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금융사업을 아예 접을 것이 아니라면 키울 수밖에 없다. 금융업은 그룹 승계 작업의 한 축이기도 하다. 손해보험은 이미 거느리고 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 제도 시행 시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게다가 한화의 금융사 덩치키우기가 반드시 '롯데3사'여야 할 이유는 없다. "수년전에나 한화-롯데간 의중 살피기가 있었지만 지금 한화그룹에서 그 기조가 유지된다고만 볼수는 없다"라고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카드의 고객 정보 이전, 손해보험의 계열사향 캡티브 물량 보장, 손해보험의 조달 금리 변화 가능성 및 매각가 조정 등 업체별 고려해야 할 요소도 제각각이다.
또 패키지로 매각한다면 사모펀드들의 운신의 폭은 좁아진다. 카드, 캐피탈과 달리 손해보험은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이 같은 형태의 매각은 인수후보들의 제안, 즉 "어떤 어떤 회사를 총 얼마에 사고 싶다"라는 내역을 받아보고 비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M&A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PEF들의 관심이 꽤 있는 편이지만 손해보험은 독자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얻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손해보험에선 SI와 컨소시엄을 꾸린 후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10% 미만 지분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장 바뀐 후 첫 매각 중책 맡은 '경영전략실'…이번 매각결과에 입지 걸려
롯데그룹에선 지주 '경영전략실'이 이번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 종전엔 '가치경영실'에서 맡고 있었는데 연말 인사에서 윤종민 사장이 부임하면서 부서 이름이 바뀌었다. 외부에선 M&A나 투자전략 이력 없이 '인사통' 평가받던 인물을 등용한데 대한 의아함이 자주 거론됐다.
그간 매각을 주도하던 김태완 상무(전 가치경영4팀)는 연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적극적인 '기업 인수'로 성장했던 롯데그룹이다보니 M&A경험은 많았지만 '계열사 매각'만큼은 이번 거래가 사실상 첫 시도다. 게다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선 복귀후 나온 주요 작업의 하나인데다 경영전략실이 처음 맡은 과제이기도 하다. 매각결과가 경영전략실에 대한 평가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게다가 롯데그룹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돈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다. L투자회사 등 일본 주주가 보유한 호텔롯데 지분을 매입하거나 그 밖의 롯데 계열사를 지주 아래에 편입시키려면 자금 확보가 불가피하다.
이렇다 보니 담당 부서에선 이번 매각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매각으로 선회하기 전엔 신동빈 회장의 의중을 알기 어려워 매각 관계자나 잠재 후보들에 강력하게 비밀 유지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개 매각 전환 후엔 더 많은 후보들을 접촉할 수 있게 된 만큼 부담감도 커졌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어렵사리 매각을 결정한 후 실무진에 알아서 잘 팔아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개 매각으로 선회한 후 매각 담당자들의 부담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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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11일 10:2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