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고비 공정위 문호 열렸지만 더딘 의사결정 고비
배타적 협상기간 종료도 거론…SKT 등 접근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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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 매각 협상이 새해를 넘기고도 더딘 진행을 보이고 있다. 실무진 혹은 계열사 간 합의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지주사의 최종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룹 내 ‘명분 만들기’를 두고 여전히 고심 중이란 평가가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 인수합병(M&A)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은 ㈜LG로 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인수과정을 도운 자문사는 물론 인수 주체인 LG유플러스는 이미 CJ 측과 가격 등 제반사항에 대한 협상을 대부분 마무리한 상황이다.
문제는 M&A를 두고 그룹의 판단과 계열사의 의사결정이 갈리는 점이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선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와 일찌감치 손을 잡아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콘텐츠를 선점한 만큼 양적 성장과 안정적 실적 확보를 위한 채널 역할을 할 유료방송 M&A는 더 시급해졌다. 향후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3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더 커진 만큼 이번 시기를 놓칠 경우 가격은 더 뛸 수 있다.
다만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은 다소 다를 수 있다는 게 IB 업계의 평가다. 빨리 인수를 마무리짓고 싶은 사업부서와 달리 지주사 입장에선 무엇보다 상징성이 중요한 상황이다.
구광모 신임 회장 부임 이후 첫 조(兆)단위 거래인 만큼 향후 M&A 성과에 따라 실무진들이 짊어질 책임도 더 크다.
LG그룹 차원에선 최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필두로 경쟁사가 미디어 분야에서 독자적인 그림을 그려가는 점도 신경이 쓰일 수 있다. SKT는 지상파 3사(PooQ)와 자사의 OTT 서비스 '옥수수'를 결합해 국내 업체 중에선 향후 비전을 가장 먼저 보였다. 과거 박정호 사장과 통신업에서 경쟁하던 권영수 부회장이 지주사를 이끄는 만큼 대비된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결국 지주사 입장에선 '유료방송 이후'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선뜻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것도 고민이다. M&A로 유료방송 점유율 측면에서 SKT를 제친다는 상징성을 보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딜라이브·티브로드 등 잠재 매물이자 대안들이 시장에 출회했다. 타 통신사의 M&A 향방에 따라 LG가 큰 돈을 쓰고도 다시 점유율이 3위까지 밀릴 수 있는 상황이다.
LG그룹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는 캐시카우 확보 차원에서 진행할 M&A지만, 지주사는 향후 콘텐츠 확보 방안 등 그룹이 미디어 분야를 선도할 방향까지 계열사에 전가하다보니 의사결정이 꼬이고 있다"며 "LG유플러스 차원에선 향후 5G 투자 등도 예고돼 재무 여력이 넉넉지 않아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아 대놓고 직언을 할 수는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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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LG가 CJ측과 후속 M&A 혹은 협력을 조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CJ ENM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소수 지분(10~20%)을 ㈜LG 혹은 LG유플러스가 확보하거나, CJ그룹의 OTT서비스 '티빙(Tving)'과 LG유플러스가 협력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실제 지난해 이후 지주사 차원에서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투자를 두고 내부 검토를 진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SKT의 체급 차이가 현저히 나는데 LG유플러스에 SKT처럼 독자 콘텐츠를 제작해 위험 부담(Risk-taking)을 지라고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LG유플러스 입장에선 독자 플랫폼보다 글로벌사들과 '협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정이 늦춰진 사이 거래 양상은 더욱 꼬여가는 모양새다. M&A에 가장 큰 고비로 꼽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문호가 어느 정도 열린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인수전에도 변수가 늘었다.
최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과거 SKT의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인수 불허는 아쉬운 사례라고 특정해 밝혔다. 의도치 않게 박정호 SKT사장이 연 초 "유료방송 M&A를 검토 중이다"고 밝힌 후 공정위에서도 화답한 모양새가 된 모습이다. 이 때문에 SKT의 CJ헬로 인수전 참여도 불가능하진 않은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1년간 유효했던 LG와 CJ간 배타적 협상 기간도 지난해 말 만료된 것으로 전해진다. 양 사간 양해각서(MOU)에 따라 LG유플러스는 지난해까지 딜라이브·티브로드 등 잠재 매물로 나온 다른 업체 인수가 불가능했다. CJ헬로도 SKT·KT 등 원매자와 접촉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다른 업체들과도 협상이 가능해졌다. 딜 양상은 다시 혼탁해진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최근 공개적으로 유료방송 M&A에 기한을 '상반기 중'으로 제시했지만, 시간을 끌수록 LG에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최종 판단은 1분기 중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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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