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업계 평판 문제 자주 거론…"같이 일하기 어렵다"
본인은 부인…'자발적 퇴사'로 비춰지도록 부탁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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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The Carlyle Group) 이상현 한국대표가 퇴사한다. 표면상 '사임'이지만 사실상 '해임' 또는 '방출'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칼라일은 국내에서 불과 얼마전 ADT캡스를 3조원에 매각하는 '대박'을 기록했다. 이런 기록을 세우고도 돌연 한국대표가 퇴사하는데 대해 M&A업계에선 여러 평가가 오가고 있다.
이상현 대표는 최근 칼라일그룹에서 퇴사가 결정, 현재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있다. SC PE에서 작년 영입된 함석진 전무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973년생 이상현 대표는 서울대 금속공학과-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사를 거쳐 GIC, 맥킨지 그리고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서 근무해왔다. 2011년 김용현 칼라일코리아 대표(현 한화자산운용대표) 후임으로 칼라일 한국대표로 영입됐다. 이후 8년 가까이 한국대표 자리를 영위했다.
그 사이 M&A업계에서는 이상현 대표의 '업무 스타일'이 자주 회자됐다. 함께 일을 해본 투자회사나 자문사 임원들 사이에서는 "불필요하게 까다롭다", "한 팀으로 호흡 맞추기 어렵다"라는 언급이 자주 나왔다.
한 투자금융(IB) 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 소통이 안 된다는 평가가 많았다”라며 “그러다 보니 이 대표 때문에 칼라일이 딜에 초청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알려진대로 M&A업계는 다른 투자부문에 비해 업계 평판(Reputation)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글로벌IB와 대형 사모펀드(PEF), 그리고 회계ㆍ로펌내 소수 관계자들의 '제한된 네트워크'를 통해 업무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들 사이에서 평판이 나쁠 경우 새 딜을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거나, 거래성사가 지연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상현 대표의 '독특한' 업무 스타일 사례도 여럿 거론돼 왔다.
일례로 국민연금 CIO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로부터 "잠시 만나 업무 관련 상담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미팅요청이 들어왔을 당시. 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는 세계적인 기관투자가(LP) CIO에게 오히려 "만나달라"고 읍소해야 할 상황이다보니 적극 환영할 상황에 해당된다. 반면 이상현 대표는 이를 곧바로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칼라일로서도 이런 평판을 인지한 터라 ADT캡스 매각 성공에도 불구, 내보낸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는 셈이다. 대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라면 이 정도 거래가 성사됐을 경우 한국대표 입지와 위상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칼라일 내부에서 이상현 대표의 이런 외부평판을 왜 몰랐겠느냐"며 "최대한 기회를 주다가 이번에 내보낸 것 아니겠느냐"라고 논평했다. 이상현 대표 개인 평판이 행여 칼라일의 평판과 직결될 것을 염려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투자업계에서는 작년부터 이상현 대표의 칼라일 한국대표 퇴임 가능성이 여러번 제기됐다.
칼라일은 작년 8월 SC PE에서 활동하던 함석진 전무를 영입했지만 그는 이상현 대표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하지 않도록 배정됐다. 대신 함 전무는 한국을 관할하는 홍콩 오피스에 직접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M&A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칼라일이 이상현 대표 퇴임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상현 대표는 퇴임 결정 이후부터 주변에 연락해 '우호적인 평판'을 요청했다.
즉 칼라일에서 내보내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칼라일에서 나가는 것이라고 본인이 설명한 것. 심지어 일부 인사에게는 "대외적으로 자발적 퇴사로 비춰지도록 설명하고 알려달라"고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다만 이상현 대표 본인은 이런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퇴사 통보를 받은 것은 사실과 다르며 회사에 한달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다"며 "신변 정리가 끝나지 않아 구체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칼라일그룹도 이상현 대표 퇴사 사유를 묻는 질의에 대해 아직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외국계 기업에서는 회사 측과 퇴사자 사이에 비밀유지조항 등을 체결하며 퇴사사유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보니 답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칼라일 한국법인은 내부적으로 조직 재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석인 이 대표의 자리에는 새롭게 대표를 선임할지, 아니면 함석진 전무 체제로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바이아웃을 담당하는 부서는 기존에 있던 주니어가 경쟁사인 KKR로 떠나면서, 새롭게 주니어 인력을 채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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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23일 11:4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