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그룹내 한국사업 철수두고 의견 분분…대상 측과도 논의
日 매장수 추월한 韓 시장, 숫자보다 '대안 전략 부재'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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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니스톱 매각이 우여곡절 끝에 무산됐다. 이온그룹 내부에서 한국 시장 철수 시 편의점 사업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막바지 거래 양상이 유통업 경쟁사 롯데그룹과 협상으로 좁혀진 점도 매각 의사를 접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 미니스톱의 최대 주주인 일본 이온그룹(AEON)은 최근 각 인수 후보들에게 매각 철회 방침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본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미뤄지며 매각 절차는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었다.
이온그룹 안에선 한국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시장 내 수익성은 꾸준히 하락하는 데 향후 규제강화 등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때문에 적정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철수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국 미니스톱의 2대 주주인 대상도 꾸준히 매각을 희망해 왔다. 미니스톱 지분(20%)은 일종의 투자자산에 가까운 만큼 적정 시기 회수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룹 차원에서 신사업 발굴에 공을 들이며 재원 마련도 중요해졌다. 대상그룹과 일본 이온그룹 창업자들간 관계가 돈독하다보니 어느 정도 암묵적 합의 하에 매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온그룹은 본격적인 매각에 돌입한 후에도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거래 자문사에도 매각 관련 정보 제공을 미루는 등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온그룹의 의도와 무관하게 매수자들을 애타게 했고 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본입찰이 롯데‧이마트‧글랜우드PE 3파전으로 치러진 데다 경쟁호가입찰 방식으로 몸값 상승까지 유도했다. 국내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되는 등 부가적인 면도 맞물려 의외의 흥행을 보였다는 평가다. 신동빈 회장 출소 후 첫 국내 거래에 나선 롯데그룹은 4000억원대 중반의 가격을 써냈다.
최근 편의점 가치는 '점포당 1억원'으로 평가받는다. 매각의 기준점인 3000억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에 가격은 흡족한 수준이지만 이온그룹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가격보다 더 크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었다.
이온그룹에 있어 한국 미니스톱은 이익 면에선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글로벌 브랜드 유지를 위해서는 중요하다. 미니스톱의 전세계 점포 중 한국 내 매장 수(2535)는 이미 일본(2239)을 추월해 가장 많다. 아직 중국·동남아 등 대체시장 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시장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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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그룹 내부에선 주력 사업 축소 이후 청사진 확보가 지지부진하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온그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매각 가격 등 숫자 문제가 아니라 일본 내부에선 편의점 사업 매각 이후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점이 거래 무산의 배경으로 알고 있다"며 "미니스톱이 상장사다보니 한국 시장이 제외되면 나머지 해외 시장의 숫자들이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점도 부담스러워 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밝힌 곳이 롯데(코리아세븐)인 점도 매각 측에 부담이 됐다는 후문이다.
일본 이온그룹과 세븐앤아이홀딩스는 한국·일본·동남아 등 주요 편의점 사업권에서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세븐일레븐 운영을 맡은 롯데그룹과 이온그룹은 일본 유통업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온그룹 입장에선 핵심자산은 롯데그룹에 직접 이전되고, 미니스톱 브랜드는 세븐일레븐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다른 인수 후보인 글랜우드PE는 이같은 틈새를 활용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강점을 활용해 '미니스톱' 브랜드 보장, 본사에 대한 가맹 수수료 일부 유지 등 비(非)가격 요소를 강조해 거래를 완주했다. 다만 롯데 배제, 신세계 이탈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글랜우드PE 단독 입찰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못한 점도 매각 취소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매각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편의점 출점제한 정책 등이 발표되며 시장 환경이 향후 매도자에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의사 철회 직전일인 2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후지모토 아키히로 이온그룹 사장 등이 면담한 만큼 막바지 낭보를 기대했던 거래 관계자들은 허탈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온그룹은 매각과 무관하게 인사차 롯데그룹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세븐앤아이홀딩스와 이온, 또 롯데와 이온 간 경쟁구도는 예상보다 치열한 상황"이라며 "이온이 핵심 사업권을 롯데에 넘긴다는 것은 예를 들자면 삼성 계열사를 떼내 LG에 주는 꼴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매각 성사까지는 험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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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28일 17:1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