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조선지주 세운다면 産銀 1대·삼성 2대 주주로
산업은행으로서도 대우조선 2배 대마불사 거느리는 격
결국 수용 불가능한 제안…민간 주인찾기 명분과는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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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이 마련한 구조대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다고해도 결과는 천양지차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규모가 작은 데다 삼성그룹의 지분율도 낮아 조선지주회사의 1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
오히려 삼성중공업이 같은 구조로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삼성중공업 1대주주가 산업은행이 될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떼내려던 산업은행이 삼성 빅 3 중 두 곳을 거느리는 거대 조선지주사가 된다.
사실상 삼성중공업이 '받아들일 수 없는' 매각구조라는 의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을 중간지주회사와 조선사업회사로 분할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중간지주회사에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하고 반대급부로 보통주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받는다. 간단히 보면 현대중공업의 시장 가치에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가 얹어지는 형태다.
이번 거래는 상장사들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시가에 따른 평가가 이뤄졌다. 시가총액 10조원대를 오가던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 현대중공업지주가 시총 4조원 언저리이던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 산업은행보다 많은 지분을 가져가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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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삼성중공업에 현대중공업과 같은 구조로 동일한 자금을 투입하면 삼성중공업과 산업은행 모두 곤란한 처지에 빠진다.
이번 거래가 발표되기 전 삼성중공업의 시총 규모는 현대중공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삼성전자(15.98%)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2%가량에 그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시총 차이는 크지 않은데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크게 차이가 난다.
조선지주회사를 세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거느리는 구조라면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은 경영권 지분을 놓아야 한다. 반면 산업은행은 넉넉한 차이로 1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최근 주가를 다시 반영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산업은행은 조선업 비전문가로서의 한계를 거론하며 대우조선해양의 ‘민간 주인찾기’가 필수라고 강조했는데 그만한 회사를 하나 더 떠안게 되는 셈이다. 더 강력한 대마불사 기업이 탄생하고, 조선업 경쟁력 강화 역시 더 요원해진다.
삼성중공업은 유이한 협상 후보임에도 1차 협상에선 배제됐다. 현대중공업이 6개월간 공을 들인 것과 달리 삼성중공업에 주어진 시간은 1달에 불과하다. 뒤늦게나마 기회의 형평을 주장하며 현대중공업과 같은 투자 구조를 주장하면 산업은행이 난처해질 수 있다.
산업은행은 여건상 공개매각절차를 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과 마련한 구조는 애초부터 삼성중공업엔 적용하기 어려운 방식이었다.
산업은행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0에 가깝다. 조선업 빅2 체제 전환이라는 전제에도, 조선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는 현대중공업과 같은 조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그 보다 못한 조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중간지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때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엔 그 해당분을 전환할 수 없게 돼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더 이상 조선업을 이끌지 않겠다는 산업은행의 의지도 드러난다.
삼성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미지수다. 조선업은 비주력 산업이 된 지 오래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나아가 대우조선해양에까지 새로운 자금을 집어 넣으려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분이 낮다지만 1조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한다면 3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부담해야 하고, 별도로 현금 2500억원도 필요하다. 게다가 몇 해 전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위탁경영 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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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2월 07일 16:3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