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수익 추구로 외부 평판 망가져 "한국證 안 믿는다"
IB 맏형 정일문 대표 직속으로 변경…평판 회복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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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위주 정책을 펼치던 김성환 부사장이 투자금융(IB) 부문에서 손을 떼고, IB부문의 '맏형'인 정일문 사장의 직속 체제가 구축됐다. 그간 극단적인 수익 추구로 평판이 떨어져왔던 한국투자증권 기업공개(IPO) 부문이 올해 이전의 명성을 되찾을지 금융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성환 부사장은 IB부문 재직 시절 공격적인 영업 정책으로 IB부문 수익을 크게 끌어올린 인물이다. 2016년 IB그룹장을 맡아 IB 전반을 총괄하며 지금의 한국투자증권 IB에 상당한 영향을 남겼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의 IPO 부문은 지난 3년간 해당 년도 IPO 시장 평균보다 대체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아왔다. 2017년 IPO 시장 전체 평균 인수 수수료율은 1.36%였지만 한국투자증권은 3%대였고, 지난해에도 시장 평균 대비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수료를 받았다.
특히 수요예측 결과 호조로 공모 규모가 늘어나면 수수료율도 같이 올리는 독특한 방식이 주목받았다. 일반적으로는 인수계약서 작성 당시 발행사와 주관사가 체결한 인수 수수료율은 공모 규모가 늘어나더라도 손 대지 않는다. 공모 규모가 커진 것만으로도 주관사의 인수 수수료 총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수수료율까지 동시에 올리며 수익을 극대화했다.
지난해 상장한 케어랩스의 경우, 공모가가 공모희망가 밴드 최상단(1만8000원)보다 높은 2만원으로 결정되자 단독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4%에서 5.5%로 높였다. 같은해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아 상장시킨 엘앤씨바이오 역시 수요예측 호조로 공모가가 밴드 이상에서 결정되자, 수수료율을 4%에서 5%로 높였다. 240억원 수준의 소규모 공모에서 나온 총 수수료가 12억원에 달했다.
이런 관행을 깬 파격적 수수료 정책을 증권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식(式) 수수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 전현직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생기게 된 배경으로 성과 위주 실적 정책을 꼽는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금액 기준이 아닌, 전체 시장의 IPO 수수료 중 한국투자증권이 받은 수수료의 점유율로 계산한다. 맡은 거래에서 최대한 수수료를 끌어와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을 김 부사장이 입안한 것은 아니다. IB총괄 취임 전인 2015년 코아스템 상장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은 수요예측 이후 수수료율을 10%가량 올렸다. 다만 이 같은 사례가 2016년부터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데다, 같은 해 한국투자증권 IB가 보여준 공격적인 영업과 어우러져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6년 당시 김 IB그룹장은 IB부문 영업이익 목표를 전년대비 25% 높은 2000억원으로 제시하며 영업을 독려했다.
한 증권사 상장 담당자는 "IPO는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영업하며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압박한다고 금방 새로운 실적이 나지 않는다"며 "결국 '가지고 있는 거래'에서 최대한 수수료를 뽑아낼 방법을 찾다 보니 관행을 깬 수수료 정책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시킨 신규 상장사들의 주가 추이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근 2년간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은 신규 상장사 3곳 중 2곳의 주가가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투식 수수료'라는 말이 막 시장에 회자되기 시작한 2017년의 경우, 14곳의 신규 상장사 중 단 2곳만이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 IPO 부서의 평판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2017년을 기점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하는 공모희망가 밴드에 시장에서 상당한 불신이 생겼다고 보면 된다"며 "한국투자증권은 공모가를 끌어올려 최대한의 수수료 수익을 내고, 투자자들은 이후 주가 하락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동업자라고 할 수 있는 다른 증권사 IPO 부서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IPO 시장은 증권가에서 함께 사용하는 공동어장 같은 곳인데 한국투자증권이 어장을 파괴하고 있다', '주관사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면 피해는 공동으로 보는 것'이라는 말이 증권가에서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김 부사장은 2017년부터 완전히 IB부문에서 손을 뗀 것으로 파악된다. 기획 및 전략 업무에 전념하다,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개인고객부문으로 주 전공이 바뀌었다. 현재 IPO 부문 및 프로젝트금융 등을 포함한 전 IB부문은 정일문 대표이사 직속 조직이다.
김 부사장은 이런 금융시장의 인식에 대해 "3년 전부터 IB 부문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룹장 재직 시절에도 IPO 수수료의 세부적인 부분에는 영향력을 미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 대표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넘게 한국투자증권 IB부문을 이끌었다. IB부문의 맏형 격으로, 한국투자증권을 IPO부문 1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정 대표의 리더십은 덕장(德將)에 가깝다는 평가다. 과도한 실적 위주 영업은 지양하는 타입으로 분석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 대표 취임 이후 IB부문 전반적으로 내부적인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특히 IPO 부문이 평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업계에서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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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