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전환 후 매각보단 예측 가능
전적으로 코웨이 체력에 기댄 거래
이익 확대 부진하면 위험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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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 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하는 웅진씽크빅 전환사채(CB)에 대해 코웨이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CB 수익률을 연동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투자자 모집을 위해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팔 때보다 주가 변동 부담에서 자유롭고 어느 정도 수익성도 예측해볼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다만 안정성이 보강됐음에도 CB 투자가 반드시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회사가 예상대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면 당장 CB의 평가액이 줄고, 코웨이 주식 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인수금융 대주단까지 먼저 권리 행사에 나선다면 CB 투자자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
웅진그룹은 작년 10월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849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별도로 코웨이 지분 5%도 시장에서 사들이기로 했다. 내달 최종완료로 거래가 진행 중이다. 총 거래 규모는 2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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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거래의 성패는 CB 투자자 모집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웅진그룹은 당연히 어느 정도는 후순위 자금을 대야 하고, 선순위 인수금융은 코웨이 주식의 시장 가치를 감안하면 위험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CB 발행 규모는 5000억원이다.
통상 CB 투자는 '안정성'보다 '초과 수익'에 초점이 맞춰진다. CB 자체를 만기 전에 다른 곳에 팔거나 회사로부터 정해진 만기수익률(YTM)에 따라 상환 받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대개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의 시장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한다. 전환가액재조정(Refixing)을 통해 더 많은 주식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짜기도 한다.
이번 CB에 투자하는 이들은 전환권 행사 시 코웨이가 아닌 웅진씽크빅 주식을 받아야 한다. 당시 웅진씽크빅의 주식이 얼마나 시장에서 높은 가치가 매겨질 지 예단하기 어렵다. 핵심인 코웨이의 실적이 좋다 하더라도 웅진씽크빅의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보장은 없다.
리픽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웅진씽크빅은 전략적투자자(SI)지만 사실상 ㈜웅진과 CB 자금을 담는 특수목적회사(SPC) 역할을 한다. 유상증자와 ㈜웅진의 자금 투입까지 감안한 웅진씽크빅의 자기자본은 6000억원을 조금 넘는데, 여기에 CB 발행 자금이 더해진다. 전체 자본 대비 CB 투자금의 비중은 44%가량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환가를 낮춘다면 웅진씽크빅의 지배력이 통째로 CB 투자자에 이전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코웨이의 대주주도 다시 바뀐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여러 가지 CB 투자회수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 투자자들은 제반 상황을 따졌을 때 조기상환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안이라고 꼽는다. 투자 6년이 되는 시기, 웅진씽크빅에 보유지분 전체에 대해 조기상환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CB 상환 금액은 코웨이의 EBITDA에 연동되는 구조를 짰다. 코웨이 주식 가치에서 인수금융잔액을 제한 금액을 CB 투자자가 지분율대로 가져가게 된다. 코웨이 주식 가치는 직전년도 말 EBITDA에 10배를 곱한 후 직전년도 말 순차입금을 제하는 방식으로 산정하기로 했다. 코웨이 EBITDA가 늘어날수록 회수 시점의 수익률도 높아진다.
코웨이라면 손사래 치던 투자자들도 이런 투자 구조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웅진씽크빅 주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코웨이의 EBITDA는 추세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며 “코웨이 EBITDA 연동 구조로 투자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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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잘 짜인 투자 구조만으로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투자 방식이 실제 효과를 보려면 코웨이의 영업이익이 기대한만큼 쑥쑥 올라간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코웨이 M&A는 처음부터 웅진그룹의 자금 조달에 의문 부호가 붙었다. 그러나 코웨이가 안정적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가 마련될 수 있었다. 코웨이가 이익을 많이 창출하면 배당 및 차입금 상환 여력이 늘어난다. CB 평가액도 덩달아 높아지겠지만 역시 가치가 높아진 코웨이 주식을 일부 팔아 상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웅진그룹 측은 코웨이의 EBITDA가 매년 1000억원가량씩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코웨이가 기대만큼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CB 투자자들은 난처해진다. 코웨이의 실적이 제자리를 걷는다면 만기에 보장된 수익률(YTM 7%)만 받고 빠져야 할 수 있다.
실적 악화로 인수금융 대주단이 먼저 움직이게 되는 경우는 더 부담스럽다. 코웨이가 현재의 실적과 배당 성향을 유지한다면 웅진씽크빅이 받아갈 돈으론 차입금 1조1000억원의 이자를 갚는 데도 빠듯하다. 실적이 상당히 개선되지 않고선 5년 안에 차입 원금을 줄이기 쉽지 않다. 리파이낸싱을 하더라도 더 나쁜 조건을 받아들 가능성이 크다.
대주단이 코웨이의 실적과 주가가 부진할 때 담보권을 행사한다면 차순위 담보권자인 CB 투자자에 돌아갈 돈도 많지 않다. 코웨이를 배제한 웅진그룹이 얼마나 상환 여력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른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코웨이가 동남아시아 시장을 집중적으로 키우겠다는 데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실적이 좋아진다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지만 이번 코웨이 투자 시작점이 시가 대비 1조원 이상 높다는 점부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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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2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