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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넷마블이 올해 M&A 최대어가 유력한 넥슨 인수를 두고 텐센트와 논의를 진행 중이란 인베스트조선 보도 직후 회사의 공식 입장은 “알 수 없다”였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난 후에야 해당 사안에 대해 ‘알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재가가 떨어진 듯 넷마블의 공식 입장이 나왔다.
"넷마블은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넷마블 측은 이어 “두 달 전부터 인수를 검토했고, 한 달 전에 최종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라는 구체적 타임 스케줄까지 시장에 공표했다. 내부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도 공식 답변을 ‘내부 검토’ 정도라 밝힌 상황에서 어쨌든 인수 의지가 가장 강한 곳은 우리뿐 아니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동성이 넘치는 시장이다 보니 실패한 경영인으로 평가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도 코웨이를 노리고 KCC도 실리콘 분야에서 10배 더 버는 미국 모멘티브를 품는 게 최근 M&A 동향이다. 웬만한 딜은 시장에서 소화된다 가정 하더라도 문제는 넥슨의 규모 자체가 상상 이상이란 점이다.
우선 넘어야 할 가장 큰 고비 중 하나는 일본 시장 ‘텐더 오퍼(Tender Offer; 공개매수조항)’ 문제다. 일본 내에선 30% 이상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에 오를 경우, 기존 대주주 외 나머지 소수 주주들에도 동일한 매각 기회를 주어야 하는 의무공개매수 조항이 존재한다. 일본 금융당국이 비록 매각대상이 한국법인(NXC)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넥슨재팬 지분 47.98% 매각과 동일하다고 판단, 의무공개매수를 적용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따르면 매각 대상은 최대 13조~15조원까지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다.
매각 측은 철저히 인수자가 짊어질 리스크로 안내된 상황이다. 도이치뱅크 등 매각 자문사는 일종의 투자설명서(IM) 단계에서 각 후보에게 이렇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가 얼추 문의했을 땐 일본 당국에서 문제는 없다 했는데...그래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보장은 못 하고”
거래 종결을 가장 최우선순위에 두는 IB 입장에선 불확실성을 피하는 게 급선무인 상황. 즉 “혹시 모르니 그래도 15조원 규모 자금조달 증빙 계획도 첨부해 달라” 요구해도 인수 후보들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경우 넷마블의 자금조달에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넷마블이 보유한 현금은 약 1조7000억원 수준. 통상적인 M&A 절차대로 인수목적물 LTV의 절반 수준까지 금융기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한다 가정해도 시장에서 조달해야 할 금액만 7조원+알파다. 초대형 IB를 한다는 금융기관 네 곳이 1조원씩을 눈에 보이는 자산 하나 없는 넥슨에 쏟아부어도 3조원이 부족하다. 중국 충성 유저들이 매각 직후 '던전앤파이터'를 삭제하기 시작하면 이 부담은 금융사들에게도 전달된다.
여기에 더해 넷마블은 이미 수명이 다 한줄 알았던 ‘토종자본’ 논리까지 꺼냈다. M&A업계에선 가뜩이나 보유 현금으론 사실상 불가능한 딜을 진행하면서 자금조달 후보까지 스스로 제한시킨 점을 두고 "이해가 안된다"는 분위기다.
현재 글로벌 시장 내 큰손이라 자부하는 경쟁 글로벌 PEF들도 워낙 큰 딜 규모 덕에 운용사 간 공동 인수는 물론 BOA메릴린치 등 글로벌 IB들과 접촉해 달러 대출 논의까지 급박히 이어가고 있다. FI, 인수금융 없이도 인수를 자신하는 한 외국계 전략적투자자(SI)도 국내 자문사를 선정해 인수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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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넷마블 주도 여론전은 예비입찰일이 다가올 수록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13일 "인수 자금은 자체 현금과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일부 차입만으로 가능할 것"이라 완주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미 인수 이후 넥슨과 시너지를 고민 중이란 이야기까지 전했다.
그러곤 혈맹을 맺은 곳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다. 창업자 김병주(마이클 병주 킴) 회장의 본적이 한국인 점을 고려해 '토종 자본'을 끌어들인 것으로 풀이되지만 해석은 분분하다.
이미 MBK파트너스는 깐깐한 간섭이 싫다며 국내에선 국민연금‧산업은행 등 큰 손들의 출자도 안 받은 지 오래다. 펀드 핵심 LP들도 이미 주력은 외국계 큰 손들로 채운 상황. 즉 넥슨으로 대박을 거두면 성과가 국내에 얼마나 유입될 지도 논쟁거리다. PEF업계에선 "MBK로도 충분히 돈을 못모으면 공동대표 조셉 배가 이끄는 KKR도 '태극기 자본'이라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말도 나온다.
이번 동맹의 주체를 놓고도 해석은 분분하다. 넷마블 자체에 초대장(티저레터) 자체가 발송되지 않았다보니 이미 티저를 수령한 MBK파트너스, 중국 텐센트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참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사실 MBK파트너스도 극초반 글로벌 PEF에 발송된 티저레터를 수령하지 못해 일본 넥슨 본사를 찾아가 경영진과 면담을 요청해 참여 자격을 따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저런 해석을 차치하고라도 가장 논란거리는 기껏해야 인수 후보 중 하나인 넷마블이 입을 열수록 정작 ‘제 2의 꿈’을 목표한 김정주 의장의 운신 폭은 좁아지는 모양새란 점이다.
김정주 NXC 의장은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며 간접적으로 매각 의사를 밝혔지만, 논의 중인 거래 구조를 살펴보면 의사는 '자산 포트폴리오 교체'가 명확하다.
김정주 회장은 새 회사를 차려 개인적으로 NXC를 통해 투자한 스토케, 비트스탬프 등 非 게임분야 계열사들을 현물출자 등을 통해 이전해올 계획이다. 나머지 게임사들은 매각 대상에 포함 돼 새 회사에 현금으로 쌓이게 된다. 인수 후보 사이에선 기존 라이센스 매각 대금 등 약 2조 5000억원이 쌓인 제주 NXC 법인 내 현금 처리방안도 관심거리였다. 이전 과정에서 과세 문제가 발목을 잡다보니 "법인 내 현금을 그대로 둘 테니 인수 가격에 이를 포함해 달라"는 식으로 매각 구조를 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넥슨 자체가 글로벌 단위 게임사다보니 매각 소식 직후 여론은 김 회장의 '차익 실현'과 별개로 흘러가고 있다. 김 회장 입장에서 가장 아킬레스건은 핵심 인력·지적재산권(IP) 등 넥슨의 자산이 주력 산업에서 치열하게 경합 중인 중국 등 해외에 고스란히 넘어간다는 논리다.
정작 이 논리는 고스란히 인수 후보 넷마블의 자신감이자 경쟁력으로 톡톡히 활용되고 있다. 정부의 산업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까지도 연계되다보니 정치권도 언제든 참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과거 김 회장의 NXC 해외법인을 활용한 역외 탈세 논란 등을 꼬집었던 투기자본센터도 다시 한번 세를 결합하고 있다. 매각자 입장에선 넷마블의 호들갑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둘 사이가 정말 친한 것은 맞는지, 과거 분쟁이 이번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는 상황. 아예 예비입찰 단계에서 넷마블(혹은 MBK파트너스)를 탈락시켜 '망신살'을 주는 것 아니냐는 관전평까지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 넷마블은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도 청취하는 공적인 컨퍼런스 콜에서 넥슨 매각과 관련해 "양사 최고 경영자 (방준혁·김정주)는 오랫동안 교류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두고두고 회자될 한 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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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2월 19일 09:43 게재]
입력 2019.02.20 07:00|수정 2019.02.21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