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증권이 대체
'자본 다변화 차원' 필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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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은행금융지주회사의 새 자본확충 수단으로 유상증자가 떠오르고 있다. 그간 대안 역할을 해온 신종자본증권의 자본확충 기능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자본 다변화' 차원에서 필요성이 부각한 것이다.
대형 금융지주의 증자가 잇따랐던 2009~2011년 이후 근 10년 만이다. 호기를 맞이한 증권사와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첫 테이프는 신한금융지주가 끊었다. 신한금융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75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지난 2009년 1조6000억원, 2011년 1조2000억원 증자 이후 8년 만이다.
대형 은행지주들은 2009~2011년의 5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본 조달 이후 유상증자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당시 대형 은행지주들은 2008년 1월 바젤II가 시행 이후 자본건전성이 악화하며 보통주자기자본(Tier1) 확충을 위해 조 단위 자금을 증자로 조달했다.
2013년 회계기준상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으로 인정되며 대형 은행지주의 자본확충은 주로 후순위채 등 신종자본증권으로 이뤄졌다. 앞서 대규모 증자를 통해 보통주자본비율을 평균 10% 이상으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주주 가치를 희석시킬 위험이 있는 유상증자는 선택지가 아니었다.
2014~2015년 지방금융지주들이 2016년 1월로 예정된 바젤III 도입을 앞두고 대거 증자에 나섰을 때에도 대형 은행지주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18년 상반기까지 국내 금융권 신종자본증권 발행잔액은 18조원이 넘게 쌓였다.
문제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지난해 하반기 토론서를 통해 '상각형 신종자본증권은 부채로 분류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며 시작됐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거의 대부분 상각형이다. 아직 토론 단계라 당장 기준이 바뀔 가능성은 없지만, 신종자본증권의 자본 확충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신한지주 역시 이 같은 논란을 염두에 두고 전환우선주를 선택했다. 류승헌 신한지주 재무담당 부사장(CFO)은 전환우선주 발행 배경에 대해 "다른 재무 옵션이 있었음에도 우선주를 선택한 건 최근 신종자본증권 자본적정성 이슈 등을 감안한 것"이라며 "이미 1조50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상황에서 조달구조 다양화 차원의 목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한지주의 증자를 계기로 우선주 증자가 대형 은행지주 자본확충의 새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평가다.
여전히 대형 은행지주들은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1월부터 바젤III 자본규제 최종안이 전면 시행됐고, 2022년까지 신용리스크 및 레버리지비율 규제 강화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예컨데 현재 위험가중치 35%를 일괄 적용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앞으로 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진다. LTV 60% 이상 고위험 자산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위험가중치가 부과된다. 그만큼 은행 및 은행지주의 자본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만기 5년 전부터 20%씩 순차적으로 자본인정금액이 차감되는 후순위채도 마냥 발행을 늘릴 수만은 없다. 일반 회사채보다 2%포인트 이상 금리가 높은데다, 2013년 전후로 대거 발행된 10년 만기 후순위채의 차감 기한이 속속 도래하며 신규보다는 차환 발행 수요가 더 큰 상황이다.
자본시장의 선수들은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2년 교보생명을 시작으로 우리은행과 케이뱅크 등 금융권 투자를 늘려온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이번 신한지주 우선주 7500억원을 단독으로 인수한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도 대형 은행지주 및 잠재 투자자 접촉해 나섰다.
한 대형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자본확충이 필요한 은행지주들과 안정적 투자처가 필요한 투자자 사이에 접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올해 관련 거래를 최대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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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2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