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콘텐츠제작→다음은 영화…'차별화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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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운영업체 메가박스(법인명 메가박스중앙)가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의 영화산업 성장세와 인기를 활용해 상장 시기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메가박스는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제안서 마감은 이달 28일로, 3월 중엔 주관사 선정 절차가 완료될 전망이다.
다만 메가박스가 RFP에 담은 내용은 사실상 '백지'에 가깝다는 평가다. 메가박스는 국내 영화산업과 멀티플렉스 시장의 전망, 투자 시장의 평가, 예상 기업가치, 공모 구조 및 규모 등 상장과 관련한 거의 모든 이슈에 대해 '증권사(매각주관사)가 개별적으로 제안해달라'고 요구했다.
메가박스는 지난 2017년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사모펀드 포레스트파트너스에 2021년 4월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4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로 메가박스에 투자했고, 이를 행사하면 최대주주 제이콘텐트리의 메가박스 지분 6.92%를 가져올 수 있다.
약속한 상장 시한이 2년 2개월 가량으로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시장 조사를 겸한 주관사 선정에 나선 상황이다.
영화와 콘텐츠 산업에 대한 시선이 우호적인 점이 시기적으로는 유리하다는 평가다.
미디어·엔터 종목은 지난 2017년~2018년 초반 대세 상승기 주도 종목군 중 하나였다. KRX미디어엔터지수는 2016년말 1291포인트에서 2018년 1월말 기준 2104포인트로 13개월만에 63% 올랐다. 이후 종목별 장세가 펼쳐지며 JYP엔터테인먼트 등 매니지먼트 대형 3사의 주가가 평균 30% 이상 오르기도 했다. 매니지먼트사 장세가 끝나자 스튜디오드래곤 등 콘텐츠회사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콘텐츠회사에 대한 관심도 잦아들며 투자업계는 '새 얼굴'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게 영화 및 멀티플렉스 산업이다.
한 연기금 주식운용 담당자는 "결국 엔터라는 큰 업종 안에서도 어떤 테마가 주목받느냐에 따라 돈이 돌고 도는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 아무래도 영화 산업 같다"며 "연초부터 1500만 관객 영화가 나오며 관심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10%안팎의 고성장을 이어오던 국내 영화관 산업은 2015년부터 3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총 잠재 관객 수는 제자리걸음인데, 가격 인상에 대한 시장의 저항으로 관객당 단가도 높일 수 없었다. 2017년엔 총 매출액 기준 전년 대비 0%대 성장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극장 리뉴얼 등으로 늘어났던 비용은 공사가 끝나며 줄어들기 시작했고, 스크린의 크기나 선명도, 혹은 음질 등 관객 체험 품질을 높인 고품질 상영관이 자리잡으며 관객당 단가도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영화관 총 매출액은 1조8139억원으로 전년대비 3.27% 성장했다. 최근 4년래 최고 성장폭이다. 총 관객수는 오히려 349만명 줄었지만, 역대 최대 매출을 냈다. 관객 당 평균 매출액이 2017년 7988원에서 2018년 8382원으로 4.9% 성장한 덕분이다.
메가박스도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기준 매출액 2235억원, 영업이익 197억원으로 매출액만 2017년 같은 기간 대비 13% 성장했다. 비용이 줄고 수익구조가 안정화하며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6.5%에서 8.8%로 뛰어올랐다.
동종업체이자 최대 경쟁사인 CG CGV의 주가가 급락한 '부가요인'도 있었다. CG CGV 주가는 영화산업 성장성에 대한 의문은 물론, 해외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와 1500억원 규모의 터키 리라화 파생상품 손실로 인해 지난 1년간 40% 이상 떨어졌다. CJ CGV의 시가총액은 약 9400억원으로 현재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배수는 불과 9배 수준이다.
메가박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300억원 안팎, EBITDA는 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CJ CGV와 같은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잣대를 들이대면 기업가치는 5000억원을 넘기 어렵다. 2017년 포레스트파트너스가 투자할 때 계산한 메가박스의 기업가치는 5800억원이었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메가박스가 1위 사업자는 아니지만 영업이익률이 높고 최근 시장점유율이 20%를 넘어서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해야 할 것"이라며 "어떻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시해 CJ CGV의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는지 전략을 제시하는 증권사가 주관사로 선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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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2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