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인원 30여명 남짓…임원, 실무진 절반 구조
대한텔레콤·유공 이은 또 다른 CEO 필수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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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2위 지위까지 넘보는 SK그룹 내에서도 구성원이 꼽는 상위 0.1%, 이른바 ‘SKY캐슬’ 조직은 단연 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다.
법인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수펙스 조직 특성상 대부분 인력들이 다른 계열사에 적을 두고 ‘파견’ 형식으로 소속돼 있다. 애초 입사 자체도 바늘구멍인 SK그룹이지만, 수펙스 진입은 또 다른 관문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보통 10~15년차 정도 돼야 막내로 합류하는 데, 내부 평가에서 한 번도 S를 놓치지 않은 인력들이 수펙스에 간다”고 귀띔했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등 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편을 주문하면서 조대식 의장과 수펙스 협의회의 중요도도 커지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 이전에도 최 회장은 SK그룹이 회장 한 사람이 모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규모도 아닌 데다 그래서도 안 된다는 의사가 확고했다”며 “충분히 이해관계자들이 토론과 숙고를 거쳐 대안까지 제시해올 것을 요구하다 보니 앞으로도 협의체의 중요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등 M&A 업무에서 SK그룹과 손발을 맞춘 일부 인력들이 수펙스로 직행하기도 한다. 지난해엔 최규남 전 제주항공 CEO가 수펙스 내 글로벌사업개발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돼 조직을 꾸리기도 했다.
수펙스 내에서도 가장 핵심 부서 중 하나가 '전략지원팀'이다. 수펙스는 협의회를 이끄는 조대식 의장 직속 하에 전략지원팀, HR지원팀, 자율·책임경영지원단을 두고 있다. 조 의장이 그룹 인사(HR)와 전략을 총괄하는 그룹 내 2인자로 거론되는 이유다.
특히 수펙스 내 전략지원팀은 그룹 M&A 등 주요 현안의 '설계도'를 맡는 핵심 부서로 꼽힌다. 조 의장은 전략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SK가 그룹차원 ‘딥 체인지’를 내걸고 M&A 경쟁을 유도하면서 계열사들 내부의 투자팀도 위상이 이전과 달라지기는 했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중요도 측면에서 수펙스와는 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SK네트웍스 등 일부 계열사 실무진의 M&A 업무 경험기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룹 M&A 총괄 업무는 수펙스에 있다는 전언이다.
M&A 업계에선 최근 들어 매물 인수 검토 과정에서 ‘인수 주체’를 특정하지 않고 검토에 나서는 SK그룹 M&A 사례가 부쩍 는 점도 수펙스 영향력 확대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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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펙스 내 전략지원팀의 총 인원은 30명 남짓으로 알려졌다. SK(주) 투자 1실장도 겸임하는 박성하 부사장 산하에 상무(상무보)급 이상 임원이 10여명, 나머지는 부장(PL; Project Leader)급 인력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선 “부장들도 언제든 의장과 독대할 수 있는 자리”로 불릴 정도로 위상이 크다고 알려지고 있다. 임원과 실무진 비율이 5:5에 가까운 구조다. 그룹에선 "수펙스 임원들이 저녁 자리에 나가려 해도 실무진이 몇 명 없기 때문에 미리 임원간 교통정리를 한다"는 농담도 나온다
수펙스 내부에선 매년 성과평가에 따른 인사이동도 잦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략지원팀 내에도 블랙스톤, 골드만삭스 등 IB 출신들이 실무진으로 영입된다. 자연스레 전임자들은 계열사로 원대복귀하거나 실무단으로 이동하며 성과평가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조대식 의장 성향상 IB 특유의 ‘날카로움’을 선호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수펙스 내 자체 최고 성과 중 하나는 베트남 최대 음식료그룹 마산그룹 투자로 꼽힌다. SK그룹은 약 5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9.5%를 확보했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담당자들은 연말 인사에서 줄줄이 승진해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조 의장이 여기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한 팀장급 인력이 “여기서 나온 음료수는 이미 다 마시고 왔다” 대답했다는 일화가 그룹 내에서 회자된다. 마산그룹은 커피(Vinacafe, Wake-up), 맥주(Su Tu Trang), 생수(Vĩnh Hảo) 등 음료분야 전방위에 진출해 있다.
이처럼 수펙스의 그룹 내 위상이 점점 커지다보니 그룹 내 'CEO 요람'으로도 거론된다. 지금까지 SK그룹 내 스타 CEO들이 거쳐야 했던 유공 사업개발팀, 대한텔레콤 신사업추진단을 잇는 또 다른 필수 코스로까지 언급되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수펙스가 총괄하는 범위는 박정호 사장이 거느리는 SKT와 그 자회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로 한정된다. 중간지주를 검토 중인 SKT와 그 자회사까지는 '개입 불가(untouchable)'라는게 그룹 내 분위기다. 연말 인사에서 SK하이닉스 대표이사 교체 소식을 수펙스에서도 발표 3일 전까지 몰랐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로 상호간 개입이 분리돼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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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2월 2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