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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한진그룹에 대한 사모펀드(PEF) KCGI의 행동주의 캠페인 등 주주행동주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해외 헤지펀드를 통해 접하던 주주행동주의가 국내 연기금과 PEF 등 국내 기관투자가 사이에서도 확산될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채권투자자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관심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7일 ‘채권자 관점에서 본 주주행동주의’라는 스페셜 리포트에서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한 해외에서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신용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과거 사례를 살펴봤다.
1. 경영진 교체 사례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Third Point)는 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Sotheby’s)의 영업적, 기업문화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경영진이 필요하다며 이사회 구성 변경을 제안했다. 수개월의 공방 끝에 소더비는 이사회를 증원해 서드포인트가 추천한 3인을 선임했다.
무디스는 이와 같은 결정이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현금 배당 및 한도대출 확대 추세 등 주주친화적인 재무정책을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다.
2. 사업부 분할 사례
서드포인트는 미국 제조회사 허니웰(Honeywell)에 사업포트폴리오 간소화를 요구했다. 허니웰은 서드포인트가 분할을 제안한 항공우주 부문 대신 그 절반 규모인 터보과급기 및 홈시스템 사업 분할을 결정했다.
당시 무디스는 사업부 분할로 인한 현금흐름 축소, 유입된 자금이 M&A와 주주환원에 소요될 가능성 등을 들어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발표했다. 사업부 분할 이후 신용등급 변동은 없었으나, 주주친화적인 재무정책이 리스크 요인임을 밝혔다
3. 자산 매각 사례
행동주의 헤지펀드 스타보드(Starboard)는 외식사업자 다든(Darden)이 소유한 레스토랑 부동산 430개를 리츠에 편입하고 75개의 부동산에 대해 매각 후 임차 거래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약 15억달러 수준이었던 차입금을 10억달러 이상 감축했다. 무디스는 다든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Positive)으로 조정했다.
4. 주주 환원 사례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Carl Icahn)의 요구에 따라 애플(Apple)은 2012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매년 450억 달러 규모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시행하는 계획이었다. 이는 애플의 최상위 사업경쟁력과 재무안정성에도 불구하고 2013년 4월 최초 평가 당시 무디스가 애플에 Aaa를 부여하지 않은 주요 원인이 되며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한신평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자산매각 등을 통해 단기적인 투자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할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고, 균형 잡힌 재무정책을 유지하는 경우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본시장의 경우 근시안적인 주주행동주의(Short-termism)로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가 많다. 신용평가사들은 대체로 주주행동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투자금에 대한 상승 잠재력(Upside Potential)을 보유한 주주는 레버리지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채권투자자는 투자자금에 대해 하방위험(Downside Risk)만 보유하기 때문에 이자 지급 및 미래 원금 상환가능성을 담보하는 사업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상대적으로 중요시한다.
경영자는 주주와 채권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 주주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회사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채권투자자는 커버넌트 조항 외에는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채권투자자에게 행동주의 주주의 경영참여가 이벤트 리스크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인 주주친화 정책이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도 쌓이고 있다. 2011년 4000억달러 수준이었던 S&P 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18년 7000억달러(약 700조원) 수준으로 증가했고 스타벅스(A3→Baa1), 퀄컴(A1→A2)의 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최근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기업의 경영진을 견제하는 세력이 다양해지고,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초점을 두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어, 주주행동주의의 영향을 재평가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신평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이익창출력 향상, 유휴 자산 활용을 통한 생산성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추구하는 행동주의 캠페인의 경우 기업가치뿐만 아니라 신용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신평은 이런 관점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이 한진그룹 신용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진단해 봤다.
1. 지배구조 개선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경영정보의 투명성, 이사회의 독립성 등이 제고되면 신용도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외부 주주의 영향력이 강화된 이후 채권자의 이익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적, 재무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여부가 더욱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2. 유휴부지 매각 및 사업부문 분할상장
“대한항공의 현재 레버리지 수준(2018년 9월 말 순차입금 12.8조원, 5년 평균 EBITDA 2.4조원)을 감안할 때 KCGI 제안서 상의 유휴부지 매각 및 항공우주 부문 분할상장만으로 큰 폭의 재무안정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투자부담 축소, 영업현금창출력 확대 등이 더해질 경우 신용도 개선에 유의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3. 기타 기업가치 제고방안
“정비비 절감, 유가 및 환율 변동성에 대한 노출 축소, 전 노선 흑자 전환 등이 실현될 경우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계획 자체보다는 성공 여부와 개선 폭이 중요하다. 또한 효율성 강화가 단기적 성과 개선만을 목표로 할 경우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경쟁력 약화로 인한 영업적, 재무적 실적 저하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주주환원 확대
“신용도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과도한 배당으로 인한 자금소요 증가는 재무안정성을 저하시키고, 투자 재원의 위축으로 장기적인 성장가능성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국민연금, 기관투자자, 행동주의 펀드 등 주주행동주의가 향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 수익률 극대화를 주된 목표로 할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발전을 추구할지를 지켜봐야 한다.
한신평은 "경영참여 형태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시 입장 조율, 표 대결, 법적 공방 등으로 인해 많은 자원이 투입된다"며 "운영의 효율성이 저하되거나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한 대응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철저한 이해상충 관리와 균형된 시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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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2월 27일 14:15 게재]
입력 2019.02.27 14:17|수정 2019.02.27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