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적극적 개입…채용비리 재판 연루된 게 발목 잡아
현직 프리미엄 보유한 강력한 차기 후보 사라진 셈
2021년 만 69세 김정태 회장, 연임 대신 회추위 참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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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현 KEB하나은행장이 연임을 포기하며 하나금융그룹의 후계구도가 흔들리게 됐다. 당장 금융감독원과의 마찰은 피했지만, 더 큰 변수가 생긴 셈이다. 김정태 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임기는 2년 후인 2021년 3월 만료된다.
함 행장은 지난달 28일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임 포기를 전후해 주변에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소회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부터 하나은행장 인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지난달 25일 함 행장이 차기 행장 후보군(숏리스트)에 포함되자, 26일 금융감독원 간부들이 직접 윤성복 전 삼정KPMG 부회장 등 하나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 위원들을 접견했다. 이튿날인 27일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함 행장 이슈와 관련해 직접 "법률리스크를 잘 체크해달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초에도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었다. 함 행장이 연임을 포기한 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금융당국과 극한의 갈등 상황으로 내달리고 싶지 않다는 의중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의 갈등에 대해 기관 주주들이 상당한 불안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배구조로 인한 갈등이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으로 작용하며 예민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중순 주당 5만6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이후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표면화하며 이후 3개월간 25.4%나 급락했다. 김정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갈등이 일단락된 이후에도 채용비리 등 민감한 지배구조 이슈가 지속하며 주가는 하락세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주요 대형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록하고 있다.
함 행장의 연임 포기는 당장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후계구도도 뒤흔들 큰 이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002년 이후 은행장이 자연스럽게 회장으로 올라서는 승계 구도를 만들어왔다. 김정태 회장은 4년, 그 전임인 김승유 전 회장은 8년간 은행장을 맡아 기반을 다졌다.
지난해 3년 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 만료된다. 2021년엔 1952년생인 김 회장이 만 69세가 된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통해 만 70세 이상의 이사 연임을 제한하고 있다. 만약 연임하더라도 만 70세가 된 날 이후로 돌아오는 다음 주주총회에 곧바로 임기가 만료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2021년엔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들어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추위엔 현직 회장의 참여가 제한돼있지만, 연임의사가 없는 경우 위원이 될 수 있다.
만약 함 행장이 3연임을 통해 2021년 3월까지 6년간 은행장으로 재임한다면 가장 강력한 차기 회장 후보가 될 수 있었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도 조직은 물론, 김정태 회장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함 행장의 가능성을 높이 봤다. 이번 용퇴로 인해 회장 승계구도는 안갯 속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장 후보군은 1차적으로 그룹 내 전현직 주요 계열사 대표 및 핵심 부문장이 포함된다. 지난해 김 회장 연임땐 회추위에서 총 8명의 내부 후보를 심사했다. 현직 회장 외 지주 부회장·하나은행장·하나금융투자 대표 등이 대표적인 내부 후보였다.
새 행장 후보로 추천된 지성규 현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장(부행장)은 해외지점에 치우친 경력이나 비교적 젊은 나이로 미뤄볼 때 당장 2년 후 회장 후보로는 다소 이른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 내정자는 1963년생으로 현재 시중은행장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는 올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외부 출신이라는 변수가 있고, 하나카드 대표는 지성규 행장 내정자와 마찬가지로 부행장에서 갓 최고경영자로 올라왔다.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긴 했지만 회장이라는 중임을 감당할만한 무게감 있는 인사를 내부에서 찾기 어려운 것이다.
여기서 변수는 '지주 부회장직'으로 꼽힌다. 함 행장은 차기 행장엔 도전하진 않지만, 올해 말까지 경영관리담당 부회장직은 유지한다.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은 직위가 신설된 2008년 이후 은행·증권 등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이 지주 경영에 참여하기 위한 명예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16년 함영주·김병호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지주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무게감이 변했다는 지적이다. 두 부회장은 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은 지난해 다시 미등기임원 자리로 변했다. 금융당국과의 갈등을 거친 하나금융이 이사회 내 사외이사 영향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김정태 회장 1인만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 그럼에도 불구, 부회장직을 더이상 예전처럼 명예직으로만 보면 안된다는 평가가 많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초 지성규 행장 내정자가 부회장직에 합류한 후에도 함 행장이 부회장으로 남아있다면 후계구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신호일 것"이라며 "물론 함 행장이 채용비리 재판에서 금융회사의 임원으로서의 결격사유가 되지 않을만한 판결을 받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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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04일 13: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