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은 대기업과 우호적 관계 필요ㆍ한 곳은 국민연금 자금
신 회장-FI 모두 만족시키는 대안 없으면 중재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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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들도 고민에 빠졌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협의해 지분 공동매각을 비롯한 대안을 마련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중재재판을 통해서 투자금 회수에 나설 지 의견차가 존재하는 모양새다.
사실 중재재판 결정은 각 하우스의 개별적 판단 몫이라서 FI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19일 신 회장과 FI들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지난해 10월 풋옵션(put-option) 행사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던 신 회장이 처음으로 대화에 나선 것이다. 별다른 소득은 없었지만 일단 대화의 장은 열렸다.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지분 공동매각 시나리오도 거론됐다. 중재재판까지 갈 경우 회사 경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니 그 전에 차라리 마땅한 인수자 찾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FI로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지분을 매각할 수 있고, 신 회장도 중재재판까지 가서 지분을 담보 잡히느니 차라리 이게 나은 선택일 것이란 판단도 깔려있다.
하지만 뜯어서 살펴보면 '공동매각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우선 가장 큰 전제조건으로, 신 회장이 지분 공동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영업이 되는 상황에서 FI와의 계약관계로 회사 경영권을 넘겨준다는 걸 신 회장이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신 회장 측에서 FI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투자 회수 방안을 마련해 볼 테니 서로 잘 지내보자는 말을 건 낸 것도 이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영권까지 내 줄 상황이라고 생각했으면 신 회장이 진작 IPO를 했을 것이다”라며 “경영권 매각은 생각지 않은 카드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FI들 입장에서도 경영권 공동매각에 따른 리스크가 존재한다. 실제로 진행이 된다고 해도 신 회장이 협조적일지는 신뢰하기 힘들다. 상호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신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경영권 매각을 방해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실사(Due Diligence)과정이 꼬일 수도 있고, 매각에 필요한 주요 정보를 얼마나 공개하고 공유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더 원천적으로는 FI들 사이에서도 매각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다르다. 오너의 경영권을 빼앗는 모양새다 보니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다는 게 전부가 아니다.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는 과거 풀무원 지분투자부터 지속적으로 국내 오너 기업과 딜을 많이 해온 이력이 있다. 최근에는 LG서브원 인수를 단행하고 SK브로드밴드ㆍ티브로드 합병법인에 대한 투자 후보로도 거론되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투자 전략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대기업이나 오너와의 관계 유지, 그리고 우호적인 평판 확보가 중요하다.
이번 교보생명 엑시트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행여 부정적인 평판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해야 한다. .
반면 IMM PE는 상황이 다르다.
'헤니르유한회사'를 통해 교보생명에 투자한 IMM PE는 별도의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투자했고 대부분은 국민연금에서 받은 자금이다. 교보생명 상장이 미뤄질때마다 해당 프로젝트 펀드 만기가 연장됐지만 최근에는 더 이상 만기 연장이 어렵다고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최대 LP인 국민연금 투자금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이번 투자 엑시트가 필요하고 IMM PE로서는 이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아낄 이유가 없다. 게다가 IMM PE는 2011년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 당시 선종선 하이마트 회장과 함께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한 이력, 두산인프라코어 DICC 매각과 관련한 옵션 계약을 놓고 소송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국내 PE들 사이에서 펀딩 경쟁이 심해지면서 투자자와의 신의성실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대기업과의 관계보단 꾸준한 펀딩이 이들의 목적이란 점에서 펀딩 걱정이 덜한 어피너티와는 다소 입장이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행여 공동매각 방안이 나오더라도 지금은 마땅한 인수자 찾기가 부담스럽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후보가 있더라도 이들이 원하는 가격을 받아줄지가 미지수.
동시에 중재재판을 준비하지 않고 사실상 신 회장에 우호적으로 알려진 코세어 등 다른 FI들도 거래에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사실상 신 회장과 FI 지분을 합쳐 80% 이상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5조원은 족히 될 것으로 보이는 데 이를 인수할 후보가 마땅치 않다.
인수후보로 꼽히는 금융지주 입장에선 FI에 등 떠밀려 나온 오너 지분을 인수하는 점을 부담스러워한다. 공동매각에 나섰다가 자칫 시간만 뺏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공동매각에 나서더라도 이를 조율하는 데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며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대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FI 입장에선 중재재판으로 우선 진행을 할 가능성도 높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05일 17: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