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정원 늘어나면 엘리엇 추천인사 이사진 포함
현대차 반대 입장 표명
"이사진 질적 강화 더 중요…현재 이사 수 적정"
-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는 '배당'에 방점이 찍힌 듯 하다. 하지만 실상은 '사외이사 선임'이 진짜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엘리엇과 사외이사 자리를 두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의 '이사의 수 증원'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사상 처음으로 엘리엇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외이사 자리를 내주게 된다.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개편 작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엘리엇 인사가 사외이사에 포함되면 현대차는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란 평가다.
현대모비스 주총 안건은 크게 6가지이다. 이중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을 제외한 ▲이익잉여금 처분(배당) ▲정관변경(이사의 수 증원)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4개의 안건에서 현대차와 엘리엇이 맞붙는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배당과 관련한 안건에선 일단 현대차(현대모비스)가 다소 앞선 듯 보인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분할•합병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한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가 제시한 배당안에 표결할 것을 권고했다.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일부 주주의 제안에 대해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힌 글래스루이스의 입장은 사실상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 최대규모 의결권 자문사 한 곳도 비슷한 취지의 권고안을 곧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
사외이사 안건은 얘기가 좀 다르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의 이사의 수를 현재 9명에서 11명으로 늘릴 것을 요구한 상태다. 현대차는 이미 이사의 수' 3명 이상 11명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모비스 이사의 수는 정관상 '3명 이상 9명 이하'로 명시돼 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의 이사회 규모가 확장하면 현대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보다 다양성을 갖춘 독립적인 이사회를 조성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사의 수가 늘어나면 현대차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2명 외에 2명의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해야 한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동일하게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이사의 수 증원 안건이 통과하지 않으면 총 4명의 후보 중 표결을 통해 2명의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이사의 수가 11명으로 늘어나면 4명의 후보가 모두 이사진에 포함 될 수 있다.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후보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고, 감사위원은 사외이사 보다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갖는다.
이사회수 증원이 확정되면 사실상 엘리엇 추천인사의 사외이사 선임이 유력하다. 손해 볼 것이 없는 엘리엇은 '이사 증원 안건이 통과할 경우'엔 현대모비스가 추천한 이사 2명에 대해서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모비스의 이사진에 엘리엇 추천인사가 포함된다는 것은 보통의 현대차 계열사 이사진에 포함되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현대차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현대모비스는 향후 다시 진행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집중돼있는 것은 물론,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를 꾀하는 현대차그룹의 지향점에 가장 가까운 회사이기도 하다. 이 같은 핵심 계열사에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격하게 반대한 엘리엇 인사가 포함된다는 것은 앞으로 현대모비스의 의사결정 과정 또한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계열사이기 때문에 이사의 수를 늘려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며 "다만 현대차 입장에선 엘리엇 인사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굉장히 불편할 수밖에 없어 일단 현재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의 이사 수 증원과 사외이사 추천 후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대모비스는 "회사의 규모와 사업구조를 고려할 때, 이사 수 증대보다 이사회 구성원의 전문성과 다양성 등 이사회 질적 강화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이사 수가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엘리엇의 이사 증원 안건에) 반대하기 바란다"고 공식입장을 낸 상태다.
또한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해 ▲거래관계가 확대될 기업의 임원(이해상충 우려) ▲주요 경력이 아시아 시장에 국한돼 미래차 신기술 집중 전략에 부합하지 않음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상태다.
현대모비스의 이사회는 오는 22일, 현대차와 같은 날 열린다. 이사 수의 증원 등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요건으로 출석주주의 66.7% 이상 동의하고, 전체 발행 주식수의 33.4%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사 선임을 비롯한 나머지 안건은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