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총출동에 해외 자금도 필요
자산 없고 한 게임 의존도 높아 부담
글로벌 IB도 구애 움직임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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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들이 넥슨 M&A 자금주선 기회를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큰 실적을 쌓을 기회지만 예상 규모가 워낙 크고 핵심 담보가 유형 자산이 아니란 점이 부담스럽다. 결국은 거래 참여 가능성이 크다 보니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보다 물밑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양상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이번 거래에 눈독 들이긴 마찬가지다. 해외 유력 후보와의 관계를 강조하며 국내 주요 금융사에 연합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아직까진 별다른 성과가 없지만 국내 금융회사만으론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결국 해외 IB들도 대거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M&A 업계에 따르면 넥슨 지주격회사 NXC 매각 본입찰은 내달 중순 이후 치러진다. 당초 매각자 측은 내달 초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일정을 유연하게 열어두는 편이 흥행에 유리하다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회사들도 기존 일정에 맞추려면 이달 말까지 투자확약서(LOC)를 발급해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정에 여유가 생겼지만 금융회사들이 본입찰 전에 LOC를 끊어줄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검토는 하고 있지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참여를 확정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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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거래 대상은 비게임 부문을 제외한 NXC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넥슨이 이번 거래의 핵심이다. NXC와 그 자회사 벨기에 법인(NXMH B.V.B.A.)이 넥슨 지분 47%를 가지고 있다. 거래의 실질이 상장사 지분 30% 이상이라면, 공개매수조항(Tender-offer)이 적용되고 나머지 지분도 모두 사들여야 할 수 있다. 넥슨의 시가 총액은 약 1조4700억엔(약 15조원)에 달한다.
인수자로서는 NXC 지분에 50%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인정받더라도 7조~8조원가량을 빚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형 금융사들이 마음을 먹으면 조달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4조원대 차입을 일으켰는데 네 곳의 금융사가 각각 조단위 금액을 주선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모멘티브 인수 거래에서 각각 8억달러(약 9000억원) LOC를 끊어주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웨이 M&A에서 1조6000억원을 총액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거래는 앞선 거래들과 양상이 다르다. 홈플러스는 확실한 부동산 자산이 있었고, 모멘티브와 코웨이 역시 실물 자산이 있다. 넥슨은 무형의 게임이 핵심 자산이다.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 산업인 데다 중국 내 던전앤파이터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게임 산업에 보수적인 심사부서를 넘기 쉽지 않다.
자산이 불안정하다면 현금 창출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넥슨은 지난해 약 1128억엔(약 1조15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다. 보통의 경우처럼 EBITDA의 4~5배를 인정받는다 해도 상당한 금액이 부족하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해외에서도 지금의 던전앤파이터 인기가 10년은 갈 것이라고 보기는 한다”면서도 “윗단에서 7조~8조원을 빌리면 금융비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긴 어렵다”고 말했다.
여러 금융사가 1조원씩 LOC를 발급하더라도 재매각(셀다운)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그룹이라 해도 론펀드(PDF)를 포함해 2000억~3000억원 이상을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 주관사단만 해도 여러 곳이 손을 잡아야 하고 셀다운까지 감안하면 국내 이름 있는 금융사는 모두 참여해야 한다.
먼저 나서지 않더라도 참여 기회는 충분하다. 굳이 주선수수료를 얻기 위해 무리하는 것보다 잠시 관망하는 것이 낫다는 금융사도 있다. 매각자 측에서도 입찰 전 컨소시엄 구성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해외 금융사들도 이번 거래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국내 50개 금융사가 1000억원씩 대도 2~3조원의 자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씨티, JP모건, BoA, HSBC 등 글로벌 IB들이 국내 유수의 금융사들을 찾아 다니며 연합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던전앤파이터 관련 매출이 달러로 결제된다는 점을 근거로 달러화 거래라고 강조하는 곳도 있다. 일부 IB들은 유력 후보로 꼽혀온 텐센트를 끌어들이겠다며 추파를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사들도 국내외 연합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결정은 미루는 분위기다.
다른 금융사 임원은 “어차피 국내 금융사가 모두 부담할 수는 없고 일본이 중심이다 보니 해외 IB를 끼워서 별도로 달러화 트랜치를 만들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면서도 “국내서는 적어도 5곳 이상이 주관을 맡아야 하는데 주관사단에 포함돼도 그렇지 않아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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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