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내놓은 야심작 대부분 흥행 실패
PC부문 배그·검은사막도 큰 성장 기대는 어려워
수익성 중요한 게임사, 연내 상장 추진 힘들수도
-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실망스러운 실적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2017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며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있는데다 눈에 띄는 '메가히트작'이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로 꼽힌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감리 이슈로 인해 기업공개(IPO) 일정을 연기하다 결국 철회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다시 기회를 노릴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시기를 놓친데다 실적마저 꺾이며 당분간 상장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 3435억원, 당기순이익 171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종속법인인 엔글·프렌즈게임즈·유럽 및 미국법인의 실적을 합치면 연결기준 매출액 4391억원, 순이익 216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매출액이 2012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여전히 급성장중이다. 그러나 순이익은 2017년 연결기준 606억원에서 3분의 1토막 났다. 서비스하는 게임의 수가 늘어나며 외연이 커졌지만, 제대로 이익은 내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상장 게임사에 수익성은 절대적인 가치평가 척도 중 하나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대신, 이후 흥행에 성공하면 높은 이익률을 누릴 수 있는 게임산업의 특징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017년 30.1%에서 지난해 연결 추정치 기준 4.9%로 급감했다. 전통제조업 수준의 수치다.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수익에 현재 게임산업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 35배를 적용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7500억원 안팎으로 산출된다. 지난해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선 예상 시가총액이 최대 2조원 안팎으로 언급됐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사업 경쟁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2018년에는 '깜짝 실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2017년 11월 카카오의 게임부문 사업을 통합하며 5억5000만명 규모의 누적 가입자를 확보한데다, 2017년 가장 뜨거운 게임 중 하나였던 배틀로얄게임 플레이어언노운즈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의 국내 퍼블리싱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대는 수치로 돌아오지 못했다. 배그는 지난해 4월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며 매출 증가에 기여했지만, 글로벌 온라인플랫폼인 스팀 버전으로 즐기는 유저가 많은데다 배그 자체의 인기가 꺾이며 예상보다 수익성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올해 전망도 그다지 밝진 않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배틀로얄 장르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에이펙스 레전드'가 출시되며 동일장르 경쟁자가 더 늘었기 때문이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도 않았음에도, 3월 1주차 게임트릭스 기준 PC방 사용시간 점유율 1%, 11위를 차지하며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배그와 더불어 PC부문 사업의 핵심 축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도 고전 중이라는 지적이다. 개발사인 펄어비스 기준, 지난해 검은사막 게임 프랜차이즈의 매출 중 70% 이상이 모바일버전에서 나왔다. PC버전의 성장성은 여전히 물음표다. 모바일버전은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경쟁작이 로스트아크 등 경쟁작이 잇따라 출시된데다, 유저 고소 사건·일부 이용자의 어뷰징에 대한 안일한 대응 등이 겹치며 검은사막 팬사이트에서 게임 보이콧 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에서는 MMORPG에서 가장 중요한 '유저 충성도'에 금이 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상장을 준비하며 출시한 야심작들도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블레이드2, 창세기전 안타리아의 전쟁, 프렌즈레이싱 등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게임즈가 내놓은 주요 게임들은 현재 대부분 국내 구글플레이스토어 게임 부문 매출 100위권 밖에 위치해있다.
카카오게임즈가 개발 혹은 퍼블리싱한 게임 중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상위권에 위치한 게임은 현재 전무하다. 카카오게임즈의 이름으로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출시돼있는 22개 게임 중 가장 매출 순위가 높은 건 2016년 10월 나온 퍼즐게임인 '프렌즈팝콘'(44위)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담당자는 "지금도 상장돼있는 게임주가 많은데 이름값만 보고 수익성이 부족한 회사를 매수할 이유는 없어보인다"며 "만약 지난해 하반기 예정대로 상장했다면 지금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18일 15: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