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는데 급급, 회사 가치 개선은 뒷전으로 밀릴 수
악화한 재무상태·불안한 경영권...주주에도 이득 없어
과감 혹은 무모했던 한국證…향후 투자 기준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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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6년 만에 코웨이를 되찾았다. 쉽지 않은 거래를 기어코 성사시켰다는 점은 놀라움을 자아내지만 앞으로 전망까지 밝은 것은 아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외부 자금을 잔뜩 끌어다 썼고 앞으로 이 빚을 어찌 갚을 지가 고민으로 남을 전망이다.
코웨이를 비롯한 웅진그룹 상장사 주주들에도 썩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웅진과 웅진씽크빅은 과도한 차입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코웨이도 회사 역량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빚을 갚는 데 초점을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과감히 나서 이번 거래 성사를 이끌었다. 큰 돈을 벌 기회를 얻었지만 위험 수위를 아슬아슬 넘나들었다는 평가도 많았다. 거래가 뜸해지는 국내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 무리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웅진, 인수자금 대부분 빚으로…무거운 짐 진 코웨이
웅진씽크빅은 22일 MBK파트너스로부터 인수하는 코웨이 지분 22.17% 인수 대금 1조6831억원을 지불한다. 이 외에 추가로 3000억원을 들여 코웨이 지분 4.39%를 추가로 인수하기로 했다. 총 거래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애초에 쉽지 않은 거래였다. 웅진그룹의 규모나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았고, 담보로 제공할 자산도 마땅치 않았다. 통상의 가치산정이나 거래 방식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평가가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이 앞장 서며 급물살을 탔다. 웅진씽크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 인수자금 및 인수금융 전액에 대해 투자확약서(LOC)를 발급했다. 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다른 차입금리를 설정하고, 주가 상승을 노리는 CB에 코웨이 이익을 연동한 조기상환청구권도 부여하는 등 꼼꼼한 구조를 짰다. 웅진그룹과 감정이 상할대로 상했던 MBK파트너스도 자금 납입 가능성이 커지자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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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가 천신만고 끝에 원래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더 높다.
이번 거래는 웅진씽크빅이 인수 주체이자 특수목적법인(SPC) 성격으로 나섰다. 모회사 ㈜웅진이 자금대여 및 출자전환,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지원하긴 했지만 웅진씽크빅의 자체 자금은 수백억원에 그쳤다. ㈜웅진의 웅진씽크빅 지원 자금도 사모사채, 단기 차입금 조달 등 사실상 빚으로 마련됐다.
당장 인수금융 이자만 매년 수백억원이 나가게 된다. 현재 실적과 배당 성향이 유지된다면 웅진씽크빅은 그 돈으로 이자를 갚는 것도 빠듯하다. 렌탈 시장엔 자금력 있는 경쟁자들이 늘고 있다. 코웨이를 쥐어 짜다 연구개발(R&D) 등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소홀해지면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코웨이가 먹여 살릴 회사는 웅진씽크빅에 국한되지 않는다. ㈜웅진도 살림 대비 막대한 차입을 일으켰고, 대부분 만기도 짧다. 취약한 재무구조 상 만기를 늘리려면 금융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코웨이의 배당은 웅진씽크빅에서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웅진은 별도로 코웨이로부터 브랜드로열티나 컨설팅수수료를 청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웨이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웅진씽크빅으로 바꾸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CB 조기상환권이 핵심…경영권 충격 우려 상존
CB는 통상 주식 전환 후 주가상승을 기대한다. 그러나 웅진씽크빅 CB는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Put option)이 핵심이란 평가가 나온다. 발행 6년 후 만기 전까지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데, 상환금액은 내부수익률(IRR) 7%를 적용하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연동한 추가 이익도 부여한다. 상환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공동매도청구권(Drag Along)을 행사해 ㈜웅진이 보유하는 웅진씽크빅 주식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다.
6년이 되는 시점 이후엔 코웨이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든지,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어야 한다. 배당을 많이 받아 인수금융 규모를 줄여놔야 리파이낸싱을 할 수 있고, 주가가 높아야 지분 매각의 효과도 커진다. 웅진그룹은 CB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2022년 코웨이 지분을 20%만 남기고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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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도 CB를 먼저 상환할 수 있는 권리(Call Option)를 갖지만 이 때는 맞춰줘야 하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웅진 또는 ㈜웅진이 지정하는 제3자가 매수할 수 있다. ㈜웅진이 그만한 여력이 있을지, 다른 우군이 나타날 것인지는 점치기 어렵다. 실효성 있는 권리인지는 미지수다.
코웨이의 브랜드 가치가 유지되고 현금창출력이 개선된다면 CB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돈을 벌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음에도 투자자 모집은 쉽지 않았다.
한 기관투자가 투자책임자는 “냉정하게 코웨이의 가치를 따져 보면 선순위 인수금융은 안전하고 CB 역시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면서도 “코웨이를 담는 그릇이 워낙 작고 재무구조가 불안정해 향후 또 주인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그 경우에도 코웨이를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게 될 것으로 봤지만, 투자를 총괄하는 입장에선 관리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코웨이 쥐어짜기 우려…계열사 불안정성도 커져
이러한 불안감은 코웨이를 비롯한 웅진그룹 계열사 주주들에도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다.
코웨이 주가는 공개적으로 매수 계획을 밝힌 웅진그룹의 기묘한 전략에 힘입어 상승 일로다. 그러나 거래가 종결되면 불안한 대주주와 한 배를 탔다는 현실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외줄타기를 하는 상황이라 계획이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경영권의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쥐어 짜면 소액주주들은 당장 배당을 더 받아갈 수는 있지만 장기 기업가치엔 독이 될 수 있다. 동남아 시장 확대, 대기업과 사업 연계 등 청사진이 언제 실효를 거둘지 점치기 어렵다.
㈜웅진과 웅진씽크빅의 주가는 널뛰기 모양새다. 기업 가치 대부분을 코웨이에 기대야 한다. 차입 부담이 큰 상황이라 당장 빚을 갚는 데 급급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이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점은 코웨이와 마찬가지다.
◇한국투자증권의 과감성?...향후 자본시장에 부담될 수
한국투자증권은 과감한 결정으로 거래 성사를 도왔다. 가진 돈이 없어도 초대형 거래를 완료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지만, 자본시장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대형 거래를 따내려면 전사적 명운을 걸어야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거래에서 자기자본의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을 출자확약 해줬다. 보통은 상당부분 재매각이 이뤄지지만, 이번엔 워낙 과감한 거래였던 터라 위험에 크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CB는 검토 끝에 투자를 고사한 곳이 많았다. 참여를 결정한 기관투자가들의 심사가 늦어지며 한국투자증권이 일단 CB 전량을 인수해야 했다. 향후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재매각할 예정이다.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투자 구조’라며 인수금융 참여를 고사한 곳들도 많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점은 인정할만 하지만 반대로는 무리한 구조와 조건을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사례가 기준점으로 작용한다면 향후 투자를 집행할 때 다른 금융사들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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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21일 22:2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