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상장 투 트랙 전략...갈림길서 안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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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투자자(FI)의 보유 지분을 자사주로 인수키로 한 이랜드리테일이 현재 진행 중인 상장 예비심사도 철회키로 했다. 상장 흥행을 확신할 수 없다는 판단에 상환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랜드리테일은 오는 6월17일 FI들과의 투자회수(eixt) 시한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상장과 상환, 투 트랙(two-track)으로 준비를 진행해왔다. 일정이 다소 늘어지긴 했지만 늦어도 4월까지 예심을 통과하면 5월중 공모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었다.
상장 계획에는 큰 변수가 있었다. 상장 공모를 진행할 시기의 시장 분위기, 동종업계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추이에 따라 기업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랜드리테일은 뉴코아 브랜드를 필두로 내수 유통 시장에 특화한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경기와 소비 심리 역시 주요 변수로 꼽혔다.
이 때문에 이랜드리테일은 상장이 여의치 않을 경우의 B플랜을 준비해왔다. 그 중 하나가 이번에 발표한 'FI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한 뒤 소각'이다.
이랜드리테일은 비상장사로 자사주 매입을 위해선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해야 하며, 특정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에게 지분을 매각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이 작업에 최소 두 달 가까이가 소요된다. 이 때문에 상장이 녹록지 않다면 3월말까지는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성이 있었다.
이랜드리테일은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KB증권과 협의하며 상장을 준비해왔다. 지난 2017년 6월 FI에게 지분 69%를 6000억원에 넘긴 것을 감안하면 올해 상장 공모 과정에서 예상 시가총액이 1조2000억원 안팎까지는 올라가 있어야 했다.
만약 올해 5월께 공모를 진행하다가 시장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이랜드리테일은 '또' 투자자와의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상장을 미뤘고, 2017년 새로 들어온 FI에게도 2018년 상반기 상장을 언급했다가 결국 올해로 일정을 다시 미뤘다.
현재 코스닥 중소형주, 특히 4차산업관련주와 헬스케어·바이오주의 공모 분위기는 좋지만 대형 유통기업이 관심을 끌만한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 증권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최근 수요예측 흥행 참패로 상장을 철회한 홈플러스리츠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상장 유통업계의 밸류에이션도 2년 전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 현재 기상장 일반소매업체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은 7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세계 등 백화점 주력 업체는 그나마 15배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트는 10배 안팎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국내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째 100선을 하회하고 있다. 100 이상이면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이하면 부정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랜드리테일은 막다른 골목에서 좀 더 안정적인 선택지를 고른 셈이다. 다만 그 대가로 그룹의 자금 사정이 조금 더 나빠지게 됐다는 평가다. 이는 추후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통해 일부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랜드리테일은 적어도 내년 이후 다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홈플러스리츠의 상장 실패가 이랜드리테일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무리는 아니다"라며 "국내 소매업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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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22일 16:2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