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처리 문제 부각하며 적자폭 확대
경영진 책임론 부상하는데…사내이사 선임 시동
사외이사·감사 후보에 정치권 인사 대거 포진
2대주주 금호석화 발언·표결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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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대란으로 홍역을 치른 직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한창수 전 아시아나IDT 대표이사를 아시아나항공의 구원투수로 임명했다. 재무 전문가로 불리던 한 사장은 대표이사를 맡은 지 반년이 지나지 않아 아시아나항공의 전례 없던 재무 위험성(리스크)을 노출했다. 한창수 사장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에 도전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한다.
첫 번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부터 난항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부진 및 회계 처리 문제 등과 관련해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주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표명했고, 재감사를 통해 26일 '적정' 의견으로 변경했다. 두 번의 감사를 통해 확정된 최종 실적은 회사의 전망치를 크게 빗나갔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망치 1784억원에서 최종 282억원으로 줄었고, 순손실은 104억원이 예상됐으나 최종 19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89% 줄었고, 순이익은 적자전환 했다.
회사는 "감사법인의 한정의견 제시 사유를 해소했고, 중장기적으로 회계적인 부담과 재무적인 변동성이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시장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감사보고서 '적정' 의견이 나왔지만 여전히 사업적·재무적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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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태에 대해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이 두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다. 또 다른 사내이사 후보인 안병석 아시아나항공 경영관리본부장 또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한 사장은 지난해 9월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관리본부장과 전략기획본부장·경영관리본부장을 지낸 재무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CJ대한통운 지분과 금호사옥 등의 비핵심 자산을 매각했다. 차입금을 상당부분 줄였으나 감사법인과 회계 처리 문제 등으로 갈등이 부각하면서 '재무통'이란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이번 주총에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도 주주들에 의해 선임된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박해춘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박해춘 전 이사장은 2010년도 충청남도 도지사 후보로 나선 이력이 있다. 곽상언 대표변호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잘 알려져 있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박해춘 전 이사장과,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대규모 문책성 인사마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 경영진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주주들의 반발을 예상할 수 있다"며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후보에 올라있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주총에선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2대 주주 금호석유화학 측의 발언과 표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이어져 오던 형제경영은 박삼구 회장(3남)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09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4남) 현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면서, 2010년 금호그룹은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로 쪼개졌다. 이후 금호석유화학 측은 지난 2016년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 매각에 반대하는 등 경영 현안과 관련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갈등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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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