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주가보다는 풋옵션 내재가치 봐야해"
감독당국, 지난해부터 부채 시가평가 실시
풋옵션 가격 산정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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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경영권을 놓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의 중재절차가 시작됐다. 표면상 계약 유효성과 부채상환이 핵심이지만, 실질적인 쟁점은 '풋옵션'(put-option) 가치가 될 전망이다. 어떤 식으로든 FI 지분을 처리해줘야 한다면 공인되는 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실행가능성ㆍ딜구조 등이 모두 결정되기 때문.
이 과정에서 작년부터 진행된 감독당국의 부채 시가평가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번 중재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 IMM, 베어링, GIC)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상대로 지난 21일 중재소송을 시작했다. 빠르면 6개월 내에도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관건은 FI들이 주장하는 풋옵션 가치를 재판부가 어떻게 인정하느냐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중재소송을 재기한 FI들은 주당 40만8000원을 주장하고 있다. 신 회장은 풋옵션 계약 자체를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론 적정 가치를 20만원 선으로 보고 있다. FI들은 지난 2012년 주당 24만5000원에 투자했으며, 이번 풋옵션 가치 산정에는 ING 상장 벨류에이션 등 동종업계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감안해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류에이션 전문가들 사이에서 FI가 주장하는 풋옵션 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풋옵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선 풋옵션의 내재가치를 평가해야 하지만 FI가 주장하는 풋옵션 가격은 단순 주가에 기반한 벨류에이션이기 때문이다.
한 벨류에이션 전문가는 “FI들이 내세우는 풋옵션 가치는 내재가치까지 고려한 기업가치라기 보다는 일정시점의 동종업계 주가를 감안한 기업 가치다”라며 “풋옵션의 정확한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선 보험계약의 가치를 검토한 계리실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재판부는 풋옵션 가치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계법인들은 가치 산정에 필요한 실사 비용만도 최소 5억원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순 회계실사뿐만 아니라 계리실사를 겸해야 해서다.
다만 보험사들은 작년부터 실시한 '보험부채 시가평가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는 만큼 이 자료가 풋옵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감독당국에서도 이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사들의 적정 자본규모를 점검하고 있다.
특히 오는 4~5월에는 감독당국이 지난해 발표한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보완한 사실상 최종안을 발표한다. 이후에는 다시금 보험부채 시가평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계획이다. 따라서 올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정교한 보험계약 부채평가가 가능해 진다. 이 평가가 나오게되면 실제 교보생명의 회사 밸류와 지분가치에 대한 인정받는 가격이 도출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감독당국과 회사가 부채 시가평가 시뮬레이션 결과를 가지고 있는 만큼, 풋옵션 가치 측정에도 이 자료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재판부도 이 자료를 기반으로 양측의 합의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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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