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파이프라인 대비 기업가치, 이미 3조~4조원 언급
상업화 신약 두 종류 전망치에 따라 최대 7조원까지 상승
"5년은 기다려야 하는데...SK 브랜드 로열티 작용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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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계열 신약개발업체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어느정도일까. 100% 모회사인 SK㈜가 재무제표에 반영한 장부가격은 5000억원 안팎이지만, 증권가에서는 SK㈜의 가치를 계산하며 SK바이오팜 몫으로 이미 3조~4조원을 계상해 왔다.
여기에 상장 신규 유입 자금으로 활성화될 신약 파이프라인과, 상장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의 경쟁을 고려하면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최소 5조원이상, 최대 7조원 안팎까지 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상장 후에도 성과가 나기까지 5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바이오 업체임을 고려하면, SK의 이름값에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국내에 드문 중추신경계(CNS) 치료 신약 전문 개발사다. 1993년 SK㈜ 내부 라이프사이언스부문으로 시작해 2011년 독립했다.
SK바이오팜의 첫 신약이라고 할 수 있는 기면증치료제 '솔리암페톨'은 지난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1996년 임상시험승인을 획득한지 23년만이다. 당연히 그 사이 SK바이오팜의 매출은 사실상 '제로'에 수렴했다.
연결기준으로는 최근 2~3년 연간 800억원 안팎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현지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 덕분이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의약품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현지법인으로, 원료의약품을 제조하는 SK바이오텍의 제품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SK라이프사이언스의 연간 마진은 20억원 정도로,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SK바이오팜의 실적을 감당하기엔 무리다. SK바이오팜은 연구개발비를 포함해 연간 900억원(2017년 기준)을 비용으로 쓰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SK바이오팜엔 3000억원이 넘는 결손금이 쌓여있다. 지난해 3월 SK㈜가 1500억원을 증자해준 것도 완전자본잠식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에도 연결기준 800억원대, 개별기준 100억원 미만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잣대로는 회사의 기업가치를 측정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결국 개별 신약의 시장성을 평가하는 신약 파이프라인 대비 기업가치(EV/Pipeline) 방식이 가장 유력한 평가 모형으로 언급된다.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때, 신약개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식이다.
SK바이오팜은 현재 8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솔리암페톨과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상업화 직전 단계다. 나머지 6개는 아직 임상 1~2상 단계로 상업화까진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각각 순현재가치(NPV)로 환산해 모두 더하면 기업가치가 된다.
다만 NPV를 추정할 때엔 보통 향후 5년 뒤의 글로벌 시장 규모를 예측해야 한다. 환자 수는 몇 명이 될 것이며 환자로 진단되는 비율이 얼마일지, 이 중 처방을 받는 사람이 얼마일지, 처방에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약품이 포함될 확률(침투율)이 얼마일지가 모두 추정의 영역이다. 이 때문에 SK바이오팜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다소 편차가 있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솔리암페톨의 NPV를 보수적으로는 1400억원, 공격적으로는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솔리암페톨의 글로벌 판권을 2011년 글로벌제약사 재즈(Jazz)에게 넘겼으며, 재즈가 내는 매출의 13%를 로열티로 수취한다.
솔리암페톨의 글로벌 매출 규모에 대해 A증권사는 2026년 약 4000억원으로 최대 매출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B증권사는 2028년 약 6000억원어치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생기는 차이가 각 증권사가 제시할 기업가치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구조다.
SK바이오팜 기업가치의 핵심은 오는 11월 미국 FDA 시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노바메이트다. 현재 뇌전증 치료제 글로벌 시장 규모가 60억달러(약 7조원)에 달하는데다, 시판되고 있는 다른 뇌전증 치료제 대비 임상시험에서 획기적인 성능을 보인 까닭이다. 세노바메이트의 경쟁 의약품이라고 할 수 있는 주요 뇌전증 치료제(케프라, 라믹탈, 빔팻 등)은 2017년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평균 11억달러(약1조2000억원)어치씩 팔렸다.
세노바메이트가 뇌전증 치료제 시장의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는 덴 증권가에서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지난 2월 스위스의 아벨테라퓨틱스가 총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로 유럽 판권을 사가며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으로 1억달러(약 1100억원)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분석된다.
침투율 추정치에 따라 세노바메이트의 NPV는 적게는 2조5000억원에서 많게는 5조원까지로 추정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현재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 점유율 21%로 1위인 빔팻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수적인 시각으로도 2024년엔 세노바메이트 한 종류의 매출액만 1조원이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외에 다른 6종류의 파이프라인 가치는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값어치가 매겨지고 있다. 상장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신약 개발에 투입돼 향후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의약품으로 성장할 거란 '낙관'이 적용된 수치다. 2016년 미국 FDA 통계에 따르면 신약후보 물질이 임상 3상을 통과해 상품화에 성공할 확률은 9.6% 정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지난 26년간 SK가 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아왔고, 앞으로도 지원이 지속될 거란 믿음이 있다"며 "긍정적인 관점으로 봐도 2021년에야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3조~4조보다 높은 6조~7조의 기업가치가 언급되는 것은 일종의 '브랜드 로열티'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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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