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투자금 조달 및 설비확장 시동
3사간 온도차도…LG·SK '매출', 삼성 '수익' 집중
다양한 목소리 실종 호소하는 투자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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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의 행보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방향성에선 차이를 보이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신용도 하락 우려까지 무릅쓰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 '매출 확대' 속도를 올리려고 한다. 반면 삼성SDI는 여전히 수익성을 최우선에 두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도 나서 전기차배터리를 ‘제2의 반도체’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투자자들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국내에서 그나마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산업'이란 기대와 '돈을 버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기회가 사라지고, ‘장밋빛 전망’만 유통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인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는 사별로 주주총회 등을 통해 배터리 사업 청사진을 알리고 있다. 3사 모두 미래 먹거리로 '전기차 배터리'를 제시한 만큼, 주주들의 질의응답도 향후 사업 계획에 치중됐다.
지난해까지 숨 가쁜 수주전을 이어왔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자금 조달이 시작됐다. LG화학은 올해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1조원 규모 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자회사 루브리컨츠 상장(IPO) 철회로 투자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었지만, 자체 자금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최근 분리막 부문을 자회사로 분사하면서 향후 PEF 등 외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프리IPO를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도 제기된다.
맏형 격인 LG화학은 내년도 110기가와트시(GWh)까지 설비(CAPA)확장을 목표로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올해만 해도 약 3조원가량을 배터리 부문에 투자한다. SK이노베이션도 2022년까지 60GWh를 목표로 돈을 쏟고 있다. 미국 조지아에 2022년 가동을 목표로 9.8GWh 규모 전기차용 배터리공장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투입될 돈만 1조9000억원(16억7000만달러)을 상회할 예정이다.
다만 3사간 추진 속도 측면에선 여전히 온도차가 감지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단연 ‘강공’이다. 대규모 투자금 조달 과정에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신용등급 하향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선제적인 점유율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주주총회를 통해 "자동차 전지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해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면서도 "외형적인 성장에만 목표를 두기보다 수익성에 바탕을 둔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 덧붙였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지난 2016년 ‘빅배스(Big bath)’로 9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이후 삼성전자 출신 전영현 사장이 회사에 새로 부임해 ‘수익성 집중’으로 사업 구조를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배터리 사업 특성상 고객사와의 비밀유지조항을 고려하더라도 경쟁사 대비 조용하게 투자를 검토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의 전략이 서로 뒤바뀐 점도 관전거리다.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삼성SDI가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집행해오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수주한 물량에 맞춰서 투자하겠다”는 보수적 입장을 취해왔다.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었다.
일각에선 각 사들의 그룹 내 지배구조와 연관짓는 해석도 나온다. LG화학은 지난 2012년 LG화학 사장으로 배터리 초기 투자를 주도한 권영수 부회장이 지주사 및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로 등재하며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주요 기공식에 참여하며 사업 전반을 돕고 있다. 최재원 부회장은 집행유예기간이 끝나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의 이사진으로 참여하진 못했다. 반면 삼성그룹 내 배터리 투자 주체는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SDI'다보니 조단위 투자결정과 속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투자자들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사들의 기술력과 투자 여력에 호응하는 반면 매출이 아닌 수익 확보는 또다른 문제인 만큼 삼성SDI의 보수적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투자자도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선 “향후 배터리 수요를 공급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투자 판단을 내리기엔 섣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기관투자가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 간 '갑을' 관계를 아는 투자자들은 배터리가 부족할 것 같으면 전기차 생산을 안 하면 안 했지, 부품사에 종속될 상황은 결코 없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면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계획이 알려지며 배터리 사업도 흥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구속력 있는 계약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시장에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다양한 시각이 부족한 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각 사들의 배터리분야 공격적 투자를 두고 증권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을 펴왔지만, 이제 모두가 ‘장밋빛 전망’으로 선회했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신용평가사 등의 재무 부담에 대한 언급이 유일한 ‘반론’으로 유통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사들이 제시한 자료들도 국내외 일부 컨설팅 사들의 보고서가 기반이다보니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전자·IT 담당 애널리스트는 “사실 스마트폰까지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이제 유일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산업군은 전기차 배터리가 전부인 상황”이라며 “국가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는데, ‘찬 물’을 끼얹을 의견을 내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화학담당 애널리스트는 “매출 성장은 정도의 문제일 뿐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 보는데, 사실 수익 여부를 판가름하려면 3년 정도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전기차 배터리가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될 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될 지는 시간을 좀 더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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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2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