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박세창 사장에 쏠리는 '관심'
자리 잡은 조원태 사장…"임기 2년 내 달라진 모습 증명해야"
구심점 잡지 못한 박세창 사장…아시아나 승계는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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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주주들 손에 쫓겨났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미리 경영권을 내려놨다. 두 회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승계의 핵심인 조원태·박세창 사장 등 두 아들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조양호 회장 일가는 한진그룹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차가운 시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버지와 같은 수모(?)를 피하려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사내이사 임기 안에 아버지 시대와는 다른 대한항공을 만들어 내야 한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 경영 수업과 승계를 위한 작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박삼구 회장은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박세창 사장의 경영권 승계는 더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 조원태 사장 2년 남은 대한항공 이사 임기…막 올린 투자자 분쟁
조원태 사장은 지난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선임돼 201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3월 사내이사로 선임,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까지다.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 선임에 실패하면서 오너 일가 중에선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조원태 사장의 취임 이후 대한항공은 델타항공(Delta Airline)과 조인트벤처(JV) 설립에 성공했다. 항공 업황에 따라 실적 부침은 있지만, 재무 상황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조양호 회장의 검찰 소환 조사 이후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해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관리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로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 정도로 제한적인 주주권을 행사했지만, 대한항공의 오너경영에 대한 감시와 지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뿐만 아니라 각 시민단체는 조양호 회장과 오너일가의 한진그룹 경영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오너일가의 비위 행위와 취약한 지배구조 등으로 한진그룹을 향한 외부 투자자들의 공격도 시작됐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한진칼은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로부터 이사 선임에 대한 요구를 받았다. ▲한진칼 내부 자산에 대한 재평가 ▲대한항공의 배당 정상화도 주요 요구 사항이었다.
이미 KCGI는 한진칼 지분과 더불어 ㈜한진의 지분을 매입해 조양호 회장의 ㈜한진 지분을 활용한 승계 방안도 차단했다. 조양호 회장이 향후 ㈜한진 지분과 한진칼 지분을 맞바꿔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돼 왔으나, 양 사의 주식을 맞바꾸면 KCGI의 한진칼 지분도 동반 상승한다.
KCGI의 주주제안은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이번 주총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년부턴 이야기가 다르다. 대한항공은 이번 주총에서 기존 경영방식에 반대하고, 오너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재차 확인했다.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남아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조원태 사장은 아버지의 수렴청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경영방식을 보여주고 투자자들과 주주들의 인정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만약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내년 주총 시즌의 주인공은 조원태 사장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조양호 회장은 내년에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조원태 사장은 내년에 한진칼의 임기가, 2021년엔 대한항공 임기가 만료된다.
◇ 아버지 그늘에 가려진 박세창 사장…경영권 승계까지 '험로' 예상
아시아나항공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섰다. 실적은 부진한 데 재무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고, 시장성 자금조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계 문제가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신뢰도 잃었다.
조원태 사장이 일찌감치 대한항공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해 그나마 다행인 점이다. 비교적 승계 구도가 그려진 대한항공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사태로 오히려 후계 구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박삼구 회장의 맏아들인 박세창 사장은 금호타이어를 거쳐 2016년 그룹에 합류했다. 유일한 오너일가인 탓에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에 유력 인사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김수천·한창수 대표이사 등 전문 경영인에 그늘에 가려 이렇다 할 입지를 나타내지 못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고,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는 IT계열사인 아시아나IDT 사장을 맡고 있다.
박삼구 회장에겐 박세창 사장에 아시아나항공을 맡기긴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깔려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상당히 취약한 상황에서, 이제 갓 경영자로서 발을 뗀 박세창 사장에게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를 맡기긴 부담이었을 것이란 평가다. 이는 오히려 그룹의 위기 상황은 박삼구 회장의 측근들이 득세(得勢)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그룹 인사가 이를 증명한다.
박삼구 회장은 물러나며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의 전례를 비춰볼 때 이를 오롯이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만약 외부 인사가 회장 자리에 오르면 박세창 사장의 입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삼구 회장이 퇴진한 상황에서 박세창 사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이끌긴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채권단은 물론이고, 신용평가업계, 주주 등 아시아나항공 이해관계자들에게 지금의 비상사태를 책임질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서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대내외적인 압박으로 물러나게 될 경우에 대비해 그룹의 중심을 잡아줄 대체재가 필요하다", "박세창 사장이 구심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중장기적인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박삼구 회장의 전격 퇴진은 현실화했다. 박세창 사장의 경영자로서 능력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시계(視界)는 더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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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