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영향 미미... 지분 줄이기에 'ESG 명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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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확대 움직임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자칫 ESG를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투자의사결정에 기업의 ESG를 고려하는 '사회 책임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ESG 종목분석 등급을 참고해서 국내 주식 액티브 직접운용에 적용하고 있다.
2017년까지 책임투자는 국내 주식의 위탁 운용 유형 중 하나였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국내 주식 투자 금액은 약 109조다. 이 중 책임투자는 약 25% 규모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규모를 전체 위탁자산의 30%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책임투자 확대는 글로벌 연기금들사이에서도 새로운 추세로 적용되고 있다. 이미 유럽 등 글로벌에서는 ESG투자가 보편화 돼있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나 싱가포르 테마섹 등도 지속가능한 수익창출을 목표로 ESG 투자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한국투자공사(KIC)도 올해 ESG투자 로드맵을 만들고 원칙을 마련할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흐름에도 불구, 유독 국민연금 ESG 확대에 대해서만 시장 일각에서 '삐딱한 시선'이 발생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아직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정부와 정치권의 관여와 입김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인데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올해 주총부터 강력하게 주주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올해 본격적인 본격 주총시즌인 3월에만 312개 기업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결정했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삼성전자, 한진칼, ㈜SK,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기업들이 포함됐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에 비해 영향은 미미했다. 국민연금이 사전에 반대한 의안이 부결된 사례는 대한항공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 1건에 불과했다. (주)SK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총회 안건 전체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러다보니 국민연금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고 ESG가 이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 셈이다. ESG가 기업의 정성적 요인을 평가하는 것이다 보니 ESG가 국민연금의 ‘입맛대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를 ESG 평가데이터 및 ESG 이슈 리서치 제공 자문사로 두고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민연금의 위탁운용 벤치마크에 포함된 모든 종목의 ESG 데이터를 수집하고, ESG 평가 점수 및 등급을 산정해 국민연금에 제공한다. 이 평가 데이터는 연 2회(6월, 9월) 국민연금에 제공될 예정이다.
이에 올해 6월 ESG 평가 데이터가 나오면 국민연금이 기업이나 펀드 등을 재평가하면서 지분 등을 변동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ESG 평가 결과를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즉, 특정 기업에 대한 지분을 줄이는 명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우려가 때이르다는 반응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ESG가 고려되는 요소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IB) 관계자는 “ESG 자체가 투자 철학에 가깝고, ESG 등 책임투자가 이제 막 자리 잡아가는 초기 단계기 때문에 실제로 국민연금이 투자결정에 어떻게 활용할지는 예상이 어렵다”며 “다만 정부의 정책 방향도 ESG 등 책임투자 확산이기 때문에 연금도 장기적으로는 더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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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12일 15: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