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모주 흥행 잇따라 성공하는 가운데 '의외의 현상'
부침 겪으며 '안정적 상장' 원하는 발행사 늘어나
올해 증시도 변동성 클 전망…당분간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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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시장에 묘한 모습이 전개되고 있다.
2017년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공모주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직상장과 스팩 합병은 역(逆)의 대체관계를 이룬다.
지금은 시장이 좋더라도 징조 없이 갑자기 꺾일 수도 있다는 '만의 하나'를 고려하는 기업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높아진 공모주 시장 변동성이 '상수'가 되며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주식시장에는 총 12곳의 기업(스팩 제외)이 새로 상장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공모가가 공모희망가 밴드 최상단 혹은 그 이상으로 결정됐고, 공모 청약에서 1000대 1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11일 종가 기준 이들 12곳의 공모가 대비 현 주가 평균 수익률은 51.5%에 달한다. 이지케어텍은 불과 3주 사이 132%나 올랐다. 최근 3~4년간 자리를 잡은 '1분기 공모주 랠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지난 1분기에만 3곳의 기업이 새로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결정했다. 현재 합병을 결의하고 절차가 진행 중인 스팩만 10곳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스팩 합병이 총 11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올해 들어 스팩과의 상장을 선택한 기업은 전장제품 부품제조업체 예선테크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포인트엔지니어링, 산업플랜트업체 엔에스컴퍼니 등이다. 포인트엔지니어링과 엔에스컴퍼니는 코넥스 상장사로 코스닥 이전상장을 준비하고 있었고, 예선테크도 직상장을 검토했던 회사다.
이들이 스팩과 합병하며 제시한 공정가치는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순이익비율(PER) 7~10배 수준이다. 시장 평균에 비해 높지 않다. 직상장의 경우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기업가치 오버슈팅(폭등)을 노릴 수도 있지만, 이들은 안정적으로 상장을 마무리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둔 것이다.
직상장과 스팩 합병이 모두 '호황'인 건 드문 경우다. 스팩은 공모 시장 침체기에 안정적으로 상장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회사다. 공모주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스팩 합병은 그리 좋지 않은 선택지가 된다.
실제로 신규 상장이 극도로 침체되며 IPO시장 규모가 총 1조원 규모로 뚝 떨어졌던 2012년에는 21개 신규 상장사 중 20%에 해당하는 4곳이 스팩과 합병하며 시장을 뒷받침했다. 반면 IPO시장 규모가 4조원대에서 6조원 수준으로 급성장한 2016년에는 스팩 합병이 12곳으로 전년대비 오히려 1곳 줄었고, 신규 상장사 중 비중도 18%에서 13%로 줄었다.
금융업계에선 이런 현상을 두고 2017년 급등과 2018년 폭락을 겪으며 기업들이 '안정적 상장'을 추구하게 됐다고 해석한다.
IPO 시장이 최근 2~3년간 주식시장의 부침에 따라 1년에도 서너번씩 과열과 급랭을 반복하는 모습을 연출하자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팩을 고려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 스팩 관계자는 "스팩 합병은 직상장과는 달리 상장으로 들어올 자금 규모와 일정 등을 고정해놓고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지금 공모 시장 분위기가 좋다고 직상장 절차를 밟았다가 한두달 후 시장이 꺾이면 투자 일정이 뒤로 밀릴 수 있어 스팩과 합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 같은 시장 추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분쟁이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전선이 확대되는 등 대외 불안감이 커지며 국내 증시가 올해에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시장의 부침도 부침이지만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크게 늘어나며 공모가에 대한 신뢰성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점도 문제"라며 "발행사의 최대주주가 먼저 '안정적으로 스팩과 합병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오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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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12일 14: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