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국도 다시 완화로 통화정책 수정...MMT 부각
증시 더 오를 논리로 MMT 언급...국내도 유무형 영향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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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를 비롯한 증권가에 최근 현대화폐이론(MMT)이 화두로 떠올랐다. '(기축통화를 기반으로 한)무한대의 양적완화'를 뜻하는 MMT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MMT가 언급되는 시장의 상황 자체가 자산 가격이 오를 징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기관은 글로벌 시황의 변동과 더불어 국내 자본시장에의 영향에 대한 스터디를 시작했다.
MMT는 올해들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민주당 주류에서 주장하고, 골드만삭스와 핌코 등 월스트리트의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이 호응하며 뜨거운 '키워드'가 됐다. 이달 초 진행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총회에서도 '적정 부채 수준'과 얽혀 논박이 이어졌다.
MMT의 얼개는 단순명료하다.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국이 달러를 무제한으로 찍어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 경제학에서는 정부의 적자재정이 지속되면 금리가 오르고 성장률이 떨어진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대규모 적자재정과 양적완화에도 경제는 눈에 띄게 성장하고 물가 상승률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움직임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를 디플레이션(침체)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국내총생산(GDP)의 70% 안팎이 글로벌 시장과 묶여있는 국내에서도 MMT는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2008년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의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가 국내에 영향을 주며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긴축으로 돌아서는 것 같았던 글로벌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이 MMT의 영향을 받아 다시 완화로 돌아선다면 증시는 한번 더 사상 최고 수준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증시는 이미 금리 추가 인상 우려가 줄어들며 작년 수준을 회복했는데, 앞으로 한 단계 더 오를 논리로 MMT를 꼽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주요국들은 슬금슬금 다시 부채확대와 완화정책으로 무게추를 이동시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양적완화의 일종인 장기저금리대출(TLTRO) 연장을 선언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채 증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중국 역시 지난 1분기 위안화 대출 증가 규모가 5조8100억위안(약 980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양적완화가 펼쳐지는 국면에서는 소비주, 대형 수출주, 원자재주 등과 부동산 자산의 가격이 크게 오른다. 국내의 경우 리스크온(Risk-on;위험투자) 시기엔 바이오 관련주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현상도 관측된다.
한 연기금 주식운용 담당자는 "대비해두면 나쁠 건 없어 MMT 등 해외 통화 정책과 관련한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은 '주식시장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논리로 전용(轉用)되고 있는 느낌도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와는 또 분위기가 달라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MMT가 언급되고 있는 자체가 일종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MMT는 앞서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와 2000년대 중반 '브레턴우즈2 체제'때에도 언급된 이론이다. 물가 상승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국면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을 때마다 부각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전략 담당 연구원은 "한국은행에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변경)을 언급하는 것도 통화량이 많이 풀렸음에도 물가 상승 부담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재선에 올인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나 일본 아베 정부도 MMT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하반기엔 유형무형으로 시장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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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