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명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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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꼽힌 SK그룹 내에서 SK㈜도 자사 투자 철학과 항공업은 맞지 않는 매물이란 점을 언급했다.
23일 SK그룹 및 재계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 SK㈜의 장동현 사장은 지난 17일 경 애널리스트 및 기관투자가 등을 비공개로 만나 그간의 투자 포트폴리오 및 향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SK㈜ 우선주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시장에선 아시아나 인수 기대감으로 잠재 후보들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당시 참석자 및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자연스레 아시아나 인수에 관한 질문도 투자자 사이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장 사장은 아시아나 인수 검토 이슈로 인해 SK㈜ 혹은 계열사 주가가 등락되는 점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이 SK㈜의 중장기 투자 철학과 맞지 않다는 설명도 추가됐다. 장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지주사인 SK㈜ 투자방침을 설명하며 연간 내부수익률(IRR)기준 최소 8% 이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매물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른바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대입하면 ‘성과보수 받을 수 있는 매물만 내 앞에 들고 와라’는 선언이다. 실제 SK㈜가 투자한 최근 M&A의 평균 내부수익률은 15%에 달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당분간 주력 자회사(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에서 시너지를 거둘 수 있는 반도체 소재, 에너지, 제약 및 CMO 등에 집중해 무분별한 투자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기준에 따를 때 아시아나항공이 과연 적합한 투자처인지에 대해 시장의 분위기도 부정적이다. SK㈜의 재무 여력이 넉넉한 상황도 아니다. SK㈜는 향후에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7배 이내, 총차입금 7조원 이내를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EBITDA는 6.2배에 달하고, 총차입금은 이미 7조원을 소폭 넘긴 상황이다. 이미 산업은행 및 금융위원회 등 당국에서 매각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밝힌데다 발빠르게 유동성을 투입해 몸값(시가)도 폭등한 상황이다.
인수 검토를 SK㈜가 아닌 조대식 의장이 직접 이끄는 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가 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간 일부 투자 혹은 M&A 건에서 수펙스 내 전략지원팀은 매물 발굴 및 실사 등 제반 작업을 먼저 마친 후 인수주체를 그 후에 정하는 방식으로 딜을 진행하기도 했다. SK㈜의 베트남 마산그룹 투자 건 등이 대표적이다. 비록 인수에 실패하긴 했지만 금호그룹의 또 다른 매물이었던 금호타이어도 수펙스 차원에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열사 대신 수펙스가 지금 아시아나를 검토하면서 '거리를 두겠다'라는 코멘트를 내놓을 것으로 보는 이들은 드물다.
아울러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그룹 내 손자회사도 증손규제상 사실상 인수가 어렵다. 인수하려면 지분을 100%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극히 낮다. 그러고 나면 자회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정도가 남지만, 양 사 모두 여력이 넉넉하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역시 SK텔레콤도 박정호 사장이 인수전 불참을 이미 공식적으로 표명한 상황이다.
과거 하이닉스 인수 상황때처럼 그룹이 특수한 상황에 처한 상황도 아니다. 오히려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 제고를 그룹 차원의 숙제로 내걸었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투명 경영을 내세운 상황에서 사내 투자 준칙과 기준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다만 매각 초창기인 만큼 산업은행 측에서 일정정도 편의(favor)를 제공하거나, 인수전 흥행이 부진해 저가 인수 여지가 생길 경우 갑작스런 참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로선 SK그룹과 아시아나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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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23일 16:2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