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중 유일한 종합반도체사…"고객이자 경쟁사"
반전카드로 M&A…미래 시장 선점(NXP) 혹은 설비 확장(GF)
-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머지않아 이 분야에서도 세계 1위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2001.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겠다"(201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초부터 메모리 반도체 편중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최근 비메모리를 '중점 육성 산업'으로 선정하며 국가 차원의 과제로도 떠올랐다.
정작 당사자인 삼성전자는 20여 년을 고민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단순히 설비 확장 계획만 내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술 격차를 좁혀가는 동시에 대형 인수합병(M&A)으로 반
전을 꾀할 것이란 시각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중 우선적으로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들의 통계를 보면 삼성전자의 고민은 얼핏 해결된 듯 보인다. 1분기에 삼성전자(19.1%)는 선두인 대만 TSMC(48.1%)를 빠르게 뒤쫓고 있다. 2016년 TSMC(54.5%)는 물론 미국 글로벌파운드리(8.6%), 대만 UMC(8.5%) 등에도 밀렸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성장이다.
-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 등을 함께 운영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인 점을 반영하면 통계를 달리 볼 여지가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 내 팀조직이던 파운드리가 2017년 별도 사업부로 독립한 이후 사내 물량도 위탁 매출로 잡고 있고, 외부 시장기관도 우리의 논리를 받아들여 점유율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기존까지 타 사업부 매출에 포함됐던 수치가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로 이전됐고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선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로 집계된 11조원 중 6조원가량을 그룹 안에서 발생한 매출로 보고 있다.
내부 물량을 위탁 생산에 포함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물량이 사업을 빠르게 키우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사업이 부진할 경우 연쇄적인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한 2014년엔 파운드리 매출이 동반 하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사들의 핵심 부품을 위탁생산하는 '공급사'이자, 이들과 시장에서 제품으로 경쟁하는 '경쟁자'인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업계 선두 TSMC의 입지는 여전히 탄탄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사업부서간 철저한 독립성(Chinese Wall)인 만큼 사내에서도 전혀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고객사가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애플의 아이폰 출시 시점인 2007년부터 핵심칩인 모바일AP를 위탁받아 생산했다. 애플이 파운드리 성장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갤럭시S 시리즈의 시장 점유율이 아이폰을 위협하자 애플은 물량 전체를 경쟁사 TSMC로 옮겼다.
최근엔 '5G 모뎀칩' 사례도 있었다. 애플은 퀄컴과 소송으로 5G 모뎀 조달에 차질을 빚었고 차기 아이폰 출시도 불투명했다. 애플이 퀄컴의 경쟁사인 삼성전자·화웨이 등으로 공급선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애플은 막대한 합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퀄컴과 다시 손을 잡았다. 퀄컴의 5G모뎀은 TSMC가 위탁생산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경쟁사들이 삼성전자에 설계 도면을 고스란히 공개할 이유는 없지 않겠나”라며 “퀄컴 등 경쟁사들은 최신 주력 모델 생산은 TSMC에 맡기고, 유출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한 물량들을 삼성전자에 맡기는 기조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명확한 해결책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체 불가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극자외선(EUV)을 활용한 미세공정을 발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정과정이 미세해질수록 보다 저전력·고사양의 제품을 양산해낼 수 있다. 10나노 이하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투자금을 부담할 체력도 충분하다.
TSMC의 응전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TSMC는 파운드리부문의 개발인력, 후공정 등에서 여전히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의 대안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글로벌파운드리 등 경쟁사들은 7나노 진입에 백기를 들었지만 TSMC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기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과 함께 대규모 M&A를 병행하게 될 것으로 본다. 굵직한 시스템반도체 회사를 인수해 고객군을 내재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M&A 시장에 출회한 NXP와 글로벌파운드리 등에 시선이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모바일AP·이미지센서 경쟁력 강화 ▲차량용 반도체 개발 확대 ▲파운드리 선두 진입 등 비메모리 육성 등 목표를 설정했다. PC·모바일 분야와 달리 차량 전장과 관련한 주도권 싸움은 이제 태동기를 맞았다. 인텔, 삼성전자도 자체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해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선두권 업체인 NXP(1위), 인피니온(2위) 등을 인수할 경우 빠르게 시장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순수 파운드리 업체만 고려할 경우 TSMC를 잇는 점유율 2위 업체다. 연초 대주주 측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왕세자 방문시점에 맞춰 삼성전자에서도 인수를 검토해 왔고, 현재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후문이다.
인수후 통합(PMI)은 고민이다. 기존 고객망이 유지될 것이란 확신이 더 중요하다. 기밀 유출 고민에 고객이 떨어져 나갈 경우 텅빈 공장만 인수해 온 꼴이 될 수 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