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규제 앞둔 현대글로비스
오너일가 자금 마련 위해 '주가 부양 필수' 평가
서자(庶子)는 역시 서자…기아차 IR은 감소
-
수년간 홍역을 치른 탓일까? 현대자동차는 특별한 이슈가 없어도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 활동을 늘리며 주가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내외 실적 부진이 여전한 상황에서, 오너일가 계열사 지분 정리와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최근의 IR 활동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IR 횟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4년 삼성동 한전부지(GBC 부지)를 인수할 당시 총 16번의 공식 IR을 열었는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던 지난해엔 26번 개최했다. 2014년과 지난해 모두 마찬가지로 투자자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이어졌다. 한전부지 인수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소통의 부재는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
현대차는 올해 들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총 8번의 IR을 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늘었고,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2017년과 비교해선 2배가량 증가했다. 설명회는 여의도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 등에서 열렸다. 주제는 자동차 시장 동향과 현대차에 대한 관심사항, 경영전략 및 미래기술 로드맵 설명 등으로 다양했다.
현대차는 특히 올해엔 주주총회가 끝나자 '주주총회 감사 인사'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약속 드린 주주친화 정책을 차질 없이 시행해 나가겠다.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낸 주주들의 목소리도 소중히 여기고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IR 활동이 크게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였다.
현대글로비스 IR 활동의 증가는 내리막을 걷던 주가와도 연관지을 수 있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IR 활동을 기업의 현황과 비전에 대해 설명해 기관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도구로 사용한다.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되자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잠깐 반등했으나, 무산 된 이후엔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말 주가는 3년간 최저점을 기록했다. ▲앞으로 진행될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모듈사업을 합병하는 것과 같은 초대형 호재가 없을 것이란 전망 ▲현대모비스에 다소 유리한 방안이 제시될 것이란 예측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
현대글로비스 주가 하락은 정의선 부회장의 금고가 말라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그룹 계열사는 현대글로비스가 유일하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상승은 곧 그룹 경영권 승계 자금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한가지 변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현대글로비스의 2대주주는 정몽구 회장으로, 정의선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지분을 합하면 총 29.9%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오너일가가 상장사 지분 30%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때만 적용되는데, 공정위는 이 규정을 상장사 지분 20%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오너일가의 지분 9.99%를 시장 매각 또는 장외에서 팔아야 한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약 5조5000억원)을 고려할 때 지분가치는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회사의 주가가 현재의 2배가 넘었던 3년 전 수준까지만 회복한다면 지분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그룹 승계 자금에 비교적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지난해 말과 같이 바닥인 상황에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물론이고, 추후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도 진행하기 어렵다"며 "결국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들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물밑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자금 마련 일환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서자(庶子)로 취급 받는 기아자동차는 오히려 IR 활동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실패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아차는 오너일가의 보유지분을 인수해 자금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정 부회장 부자가 추가적인 자금 마련을 위해 기아차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기아차에 대한 그룹의 지원 의지가 크지 않다는 평가는 익히 알려져 있고, 사업적으로도 현대차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다시 추진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기아차가 주목 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차가 사업적으로 굉장히 잘나가는 상황도 아니고, 지난 지배구조 개편처럼 계열사 지원에 나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아차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며 "현재의 IR 활동만 본다면 역시 그룹의 지원 의지가 크지 않은 계열사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19일 15: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