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구조조정 및 비주력 정리 추진
정작 CEO 비롯한 임원진 신상필벌은 '無'
"대부분 청산 직전 사업" 평가 절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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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LG전자 차원에서 국내 생산 설비 철수·인력 감축을 포함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기존 스마트폰 생산 인력 약 750여명은 창원 내 가전 생산 설비로 이전하거나 희망 퇴직을 선택할 예정이다. 정부가 나서 국내 고용을 장려하고 투자를 장려하고 있지만 LG전자는 역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구조조정의 명분을 두고 사내는 물론 시장의 의구심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LG전자를 이끌었던 주요 임원진들에 대한 신상필벌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직원 구조조정이 얼마나 실효성을 지닐지에 대한 지적이다.
지난 2015년부터 3년 가까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수장으로 재임했던 조준호 당시 LG전자 사장은 여전히 'LG인화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재임 기간 누적 적자만 약 2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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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장이 그나마 현업을 떠났다면, 같은 시기 공동 대표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회사 살림을 맡은 정도현 사장은 여전히 대표이사로 재신임을 받아 투자자 앞에 서고 있다. 정 사장은 2008년 LG전자 CFO 부사장에 임명된 이래로 현재까지 LG전자의 재무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해당 시기 LG전자는 스마트폰 손실이 쌓이며 시장에서 1조원에 가까운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고, 마련한 재원을 뚜렷한 성과 없이 소진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에도 4억7600만원에 달하는 상여금을 포함, 12억원가량을 보수로 수령했다.
구광모 회장을 보좌해 지주사를 이끌게 된 권영수 부회장이 LG전자의 사내이사로 등재해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만, 권 부회장이 LG전자의 극심한 부진과 무관한 지는 논란거리다. 오히려 LG전자 내에선 "권 부회장이 워낙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쳐서 과거에 잘 맞지 않았던 임원들은 떠나고 코드가 맞는 임원들은 성과와 무관하게 자리를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조조정의 목적이 손실 폭 축소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룹의 미래 방향성과 맞지 않으면 이익을 내는 사업도 과감하게 정리하는 '선제적 구조조정'보단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묻는 결정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LG전자 내부에서 이미 청산을 결정한 연료전지 자회사는 물론, 매각을 추진 중인 수처리 자회사도 의미있는 재원 확보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그룹 전체로 넓혀봐도 LCD 편광판 및 유리기판(LG화학)·조명사업(LG디스플레이)·결제 대행사업(LG유플러스) 등 이미 가치를 잃은 매물들이 대다수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회사에 새 수장이 부임하면 이전 대표가 쌓아온 실적을 한꺼번에 '빅 배스(Big Bath)'로 털어내듯 LG의 사업재편도 대부분 기존 적자 사업들에 대한 손실 인식을 일찍 끝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라며 "대놓고 사업성이 보이지 않아 내놓는다는 매물들을 어떤 원매자가 후한 가격을 주고 인수할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간 M&A 등 자본시장과 접점이 적었던 LG전자의 기업문화를 고려할 때,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 혼선을 빚은 점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수면 아래에서 원매자와 접촉하며 진행하던 수처리 자회사 LG히타치워터솔루션 및 하이엔텍 매각을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전환했다. 업계에선 직원 동요 등을 이유로 수의계약 형태로 매각을 진행하려 했지만, 뚜렷한 후보를 찾지 못하자 선회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는 대외적으로 매각설에 대해 "진행되는 바 없다"며 부인해오기도 했다.
매물들의 매력도가 떨어지다보니 이번 사례처럼 매각 과정에서 '비밀 유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 후보 확보가 쉽지 않고, 대부분 공개 매각을 추진하거나 유관 사업을 꾸리는 업체에 접촉해야 하지만 원하는 가격을 얻어내기도 어렵다. 임직원의 반발로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훼손되거나, 핵심 인력들의 이탈 등의 문제도 거론된다.
정작 결정을 두고 혼선을 보이다 구조조정 적기를 놓친 사례도 거론된다. 업계에선 LG전자 내 태양광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그룹 차원에서 LG전자 B2B사업본부 내 포함된 태양광 사업의 지속 여부를 두고 논의했지만, 매각도 육성도 아닌 '현상 유지'로 가닥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업황은 더욱 악화한 데다 경쟁강도도 심해지며 매물로서 매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LG전자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사내의 보신주의 및 복잡한 의사 결정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한 구조조정을 둔 시행착오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사업 축소 및 구조조정 결정이 곧 관련된 임원진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보니 '책임을 지지 않는' 문화가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LG전자 자문사 사이에선 "이해당사자인 임원이 많다보니 일이 진행이 안된다"는 불만들이 나온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핵심 인력들은 상무급 인력도 이재용 부회장과 협상장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며 거래를 조율했지만, LG전자 특유의 보수적 기업문화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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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01일 16: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