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시너지,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쳐
사실상 명분 잃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분식회계 결론 나면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도 영향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태는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과 맞닿아 있다. 그룹차원의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확인되면,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도 재조명 될 전망이다.
일단 수치로 나타난 삼성그룹이 밝혔던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전무(全無)한 상태다. 지배구조 개편의 '명분'을 사실상 잃어버렸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만을 위한 거래였다'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이는 곧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 판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2015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할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정말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과 최치훈 전 대표이사(現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가 밝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통합의 효과는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4조원 달성이었다.
4년이 지난 현재, 삼성물산의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매출액은 목표치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긴 31조원,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매년 소폭씩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3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줄었다. 2015년 합병 당시 '시너지 효과'에 기대를 걸었던 투자자들은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였고, 주가는 한 때 20만원을 넘어섰다. 현재 주가는 당시의 절반 수준이다. 지금의 사업만을 두고 봤을 때,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주축인 건설부문의 수주는 급격히 줄었다. 국내 대규모 주택 사업지에서 삼성물산은 자취를 감췄다. 이서현 전 사장이 이끌던 패션부문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전 사장이 삼성복지재단으로 거취를 옮긴 이후부턴 패션사업부문은 사업 철수 및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제는 어떤 투자자들도 합병 당시에 내세웠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며 "삼성물산이 합병한 이후 사업적인 성과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장기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책임론은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근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는 삼성물산의 현실을 더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리고 지난해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증권위와 검찰 측은 ▲삼성물산의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의 분식회계 ▲합병 직전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Call-option)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에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그룹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 부풀리기가 이뤄졌는지 여부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조직이었던 과거 미래전략실 소속 임원들에 대한 소환조사 가능성도 열려있다.
삼성바이오와 관련한 일련의 논란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이 합병에 대한 마땅한 명분을 잃은 상황에서, 그룹차원의 조직적인 분식회계까지 확인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구체적인 계약내용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부풀려 졌다는 상황자체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을 수는 있지만, 해당 거래를 통해서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대법원 또한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판결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을 앞둔 현재, 삼성그룹의 대외 행보는 어느 때보다 눈에 띈다. 정부의 눈높이에 맞춘 대규모 투자와 고용 발표는 물론,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은 현안들에 대해서도 앞장서는 모습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정부 주도 행사에 단골 손님이 됐고, 문재인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도 자주 포착된다.
이 과정에서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몸집을 키우면서 대내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와 반대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위기론을 나타내며, 삼성그룹 총수 부재에 대한 위기감을 확산하고 있다. 다만 국제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의 사업적, 재무적 경쟁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0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