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후 가치 높은 곳에 재상장하면 부담 줄어
공개매수 감안하면 NXC에 높은 프리미엄은 부담
눈높이 높은 김정주 회장 기대 충족할 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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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M&A에서 공개매수는 인수후보들의 선택사항이 됐음에도 몇몇 인수자들은 지분 전량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상장폐지 후 더 높은 가치를 쳐주는 다른 증시에 재상장하는 전략인데 이 경우 나머지 지분도 인수하려면 대주주 지분에 웃돈을 얹어주긴 어렵다. 김정주 넥슨 회장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M&A 업계에 따르면 넥슨(NXC) 인수후보들은 이달 15일로 우선 예정된 본입찰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 작업에 분주하다. MBK파트너스와 KKR, 베인캐피탈 등 사모펀드(PEF)와 카카오, 넷마블 등 전략적투자자(SI)들이 자금조달 및 컨소시엄 구성 협의 등을 진행 중이다.
자금을 지원할 국내 금융회사들도 투자확약서(LOC)를 발급했거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한 사모펀드 후보는 홍콩에서 나티시스로부터 20억달러(약 2조3600억원) 규모 LOC를 확보하는 등 해외서의 자금 조달도 분주하다.
넥슨 M&A는 모호한 거래 대상, 공개매수조항(Tender-offer) 적용 여부 등 변수가 많았지만 현재 구도는 간결하다.
넥슨 최대주주 외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는 의무가 아닌 것으로 정해졌다. 인수 후보들은 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공개매수 조항이 적용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결국 인수후보는 김정주 넥슨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보유하고 있는 NXC 지분 100%에 대한 가격만 높게 써내면 된다. 파는 쪽도 NXC를 팔고 비게임 사업을 떼내 오면 관계는 정리된다.
인수자의 고민은 M&A의 승자가 되었다고 끝나지 않는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일본에 상장된 넥슨이다. 시가총액이 1조4000억엔(약 15조원)가량이다. NXC(지분율 28.3%), 벨기에 투자법인 NXMH(18.7%)가 보유한 넥슨 지분 시가만 7조원에 달한다. 실상 1차적으로는 넥슨 지분47%에 얼마의 프리미엄을 얹느냐의 싸움이다.
넥슨은 중국과 던전앤파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현재의 실적이 수년간은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많지만 성장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넥슨의 주가를 끌어올릴 방안을 찾기 어렵다면 게임산업에 대한 평가가 후한 곳으로 상장지를 옮기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넥슨 지분 전량을 사들인 후 상장폐지해야 한다. 공개매수가 '의무'가 아님에도 결국은 실행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대주주 외 주주들에 대해서도 선행된 거래에서와 같은 주식 가치, 즉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을 쳐줘야 한다는 점이다. 시가가 고려되겠지만 대주주 지분 가치와 괴리가 크다면 주주 반발로 공개매수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전체 거래 규모가 대폭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NXC 인수 시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주기 어려워진다.
매각자 입장에선 넥슨 공개매수에 관심이 없는 곳이 많아야 NXC 몸값을 높게 받는 데 유리하지만 본입찰이 그런 구도로 흘러갈 지는 미지수다.
사모펀드들은 물론 일부 전략적투자자(SI)도 넥슨 상장지 이전 방안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회수 길이 넓어지는 사모펀드는 물론, 재무 부담을 조기에 덜어낼 수 있는 SI에도 이전상장은 따져볼만한 카드다. NXC 지분에 최소한의 프리미엄만 얹으려는 인수후보들의 눈치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김정주 회장 입장에선 이런 시나리오가 달갑지 않다.
김 회장은 애초부터 최대한의 자금회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M&A도 세금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고심하던 끝에 추진하게 됐다. 굵직한 해외 기업들에 매각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공개 매각으로 전환했다. 일각에선 김 회장의 눈높이가 결코 낮지 않아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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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10일 15: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