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해외기업 투자 최대 기록한 삼성전자 닮은 꼴
M&A 핵심 전략기술본부, 인재수혈 현재 진행형
사업은 내리막, 앞으로 자금소요만 '수조원'
대규모 M&A 보단 '가성비' 투자에 집중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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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최근 인수합병(M&A) 행보는 삼성전자의 과거 투자 형태를 닮아가고 있다. 기술 내재화를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에 소수지분을 투자하고, 추후 기술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 M&A를 진두지휘 하는 조직인 '전략기술본부'의 입지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차세대 이동수단에 접목 가능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보단 해외 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투자규모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 단위로 지분투자 및 기술제휴 등을 병행한다. 지난 3월 현대차는 기아차와 공동으로 인도의 차량공유 업체 올라(ola)에 약 3억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는 현대차그룹의 해외기업 투자 중 최대규모였다.
현대차의 이 같은 M&A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란 평가도 있다. 현대차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의 대부분도 미래차에 접목 가능한 기술들을 외부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공동 연구개발 하는 방식으로 내재화하는 추세다.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토요타·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차 관련 스타트업 투자규모는 현대차의 투자규모보다 훨씬 크다. 동남아의 우버(Uber)로 불리는 그랩(Grab)만 보더라도, 현대차 투자 규모는 270억원에 불과하지만 GM은 약 1조100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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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뒤늦게 미래차 시장에 뛰어든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룹 경영권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 이양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해 "현대차그룹을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시키겠다"고 선언한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해외기업 투자가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의 전권을 쥐고 기존 임원들이 대거 물갈이 되면서 내부 분위기도 크게 달라진 모습"이라며 "최근 M&A도 과거에 기업을 사들여 직접 경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소수 지분을 투자하고 제휴를 맺어 기술을 내재화 하는 방식을 주로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전반을 관할하면서 급부상한 조직은 단연 '전략기술본부'다.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사장이 이끄는 전략기술본부는 수시로 내·외부 인사를 수혈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주로 해외 대학에서 학업을 했거나, 외국계 기업의 경험이 있는 인재들을 선발해 해외 기업 발굴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PEF)·투자은행(IB)·회계법인 출신 인사들도 대거 영입하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도 공고를 통해 수시로 1~2명씩 인력을 충원하고 있어, 내부 임직원들의 관심도 상당히 높다.
지영조 사장이 지난해 1월 발표했던 '현대차와 삼성전자와의 협업'은 아직까지 구체화하지 않았다. "6개월 이내에 협업 하겠다"는 발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현대차와 삼성의 동거는 현재로선 예상하기 쉽지 않다는 게 주요 반응이다.
대신 현대차의 최근 M&A가 삼성전자의 과거 모습과 크게 닮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 직전까지 수십 곳의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를 단행했다. 물론 하만(Harman)과 같은 초대형 M&A도 병행하긴 했으나, 소수 지분투자로 기술력을 확보해 삼성전자의 제품에 접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2016년 삼성전자의 해외 비상장 기업 투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각 기업에 투자규모는 수십억원대로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었다. 지금은 삼성전자의 대표 기술로 거론되는 '삼성페이' 역시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루프페이(LoopPay)'에 대한 투자 이후 만들어 낸 결실이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래차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완성차에 접목하기엔 시간과 자금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의 전례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는 현대차가 기존 삼성전자의 성공했던 투자방식을 따라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현대차의 이 같은 M&A 방식 변화에 대해 사업적 또는 지배구조(거버넌스) 측면에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실적은 수년 째 내리막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기저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사업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대규모 리콜, GBC 건립 비용 출자 등 무시할 수 없는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여기에 곧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에서 자금 소요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성비'에 방점이 찍힌 투자방식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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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