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이자율 5.1%…대주주 바뀌면 2.5% 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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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조건이 화제다. 투자자들에게 연간 약 5%의 이자율을 지급한다는 조건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조기상환권(Call-option)이 발동되거나 추가로 2.5%의 금리를 가산해 지급하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그룹 내 최상위 지주회사 한진칼이 경영권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조건이다.
17일 발행된 대한항공의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다. 발행회사가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영구채로 분류된다. 최초 발행 이자율은 5.1%이지만 발행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이자율은 7.6%로 올라가고, 해당 시점과 발행시 국고채 금리 차이 만큼의 이자가 가산된다. 발행 후 3년이 지난 후부터는 매년 기존 이자율에 0.5%씩 가산된다.
여기에 이자율이 추가로 높아지는 조건은 '대주주가 변경 됐을 때'이다. 대한항공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직전 이자율에 2.5%를 가산해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조기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대한항공의 현재 대주주는 '한진칼'로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다. 계열회사가 아닌 제 3의 대주주가 등장할 경우, 대한항공의 이자 부담은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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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2100억원), 11월(1600억원)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부터 '대주주 변경' 조건을 내걸었다. 기존 2017년 3억달러(약 350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당시엔 ▲부채비율(1500%이하 유지) ▲담보설정제한 ▲자산양도 제한 등에 관한 기한이익상실 조건을 제시했다. 확약 조건이 어긋날 경우 5%의 추가 이자를 가산하도록 했지만 대주주 변경과 같은 위험성에 대한 명시는 없었다.
최근의 경영권 매각을 결정한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초 8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대한항공과 비교해 신용등급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자율은 8.5%로 높은 편이었으나 대주주 변경과 같은 상황을 대비한 조건은 제시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변경되는 상황을 가정해 투자 조건에 명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있다"며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대한항공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조건들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생 당시에도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투자설명서에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보유 지분 상속 여부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당사의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현재 2대주주인 KCGI와 국민연금공단의 지속적인 주주권 행사가 예상되기 때문에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한항공의 대주주 변경 가능성을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경영권이 현재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그룹의 총수를 조원태 대표이사로 확정하며 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이슈는 다소 잦아 들었지만, 오너 일가 3남매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고 조양호 회장 지분의 세금 납부와 관련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너 일가 보유 지분의 매각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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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17일 15: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