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공식입장 아니다" 반박…원문 내놓자 되레 '묵묵부답'
무디스 "매각 불확실성 반영되지 않았으면...", 산업은행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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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최근 KDB생명 보험금 지급능력평가를 주제로 한 리포트를 배포하면서 영문판 원본 일부 핵심 내용을 한글판에서만 삭제했다. 빠진 문장에는 "KDB생명이 언제 매각될지 매우 불확실하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무디스 서울 오피스는 이에 대해 처음에는 "무디스 공식 입장이나 무디스 연구원 코멘트가 아니다"라며 기사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동일 내용이 무디스가 발표한 영문 리포트 원본에 적시되어 있음을 제시하자 이후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달초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KDB생명 연내 매각 계획을 최초로 밝혔다. 이 때 이 회장은 “지난달 말(4월말)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관계자들과 만나 KDB생명의 긍정적인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라고 설명했다.
자연히 산업은행이 무디스에 협조를 구하거나, 혹은 무디스가 국가기관으로 인식되는 산업은행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무디스에 관련 설명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KDB생명 '매각 시점' 불확실하니 산업은행 지원 가능성 여전히 높다고 본 무디스
무디스는 지난 5월7일 KDB생명에 ‘Baa2’ 보험금지급능력평가등급을 부여했다. 이 때 ' 'Moody's assigns first-time Baa2 IFSR to KDB Life Insurance; outlook stable'( 한글명 보도자료 : 무디스, 케이디비생명보험에 'Baa2' 보험금지급능력평가등급 신규 부여 ; 등급전망')란 제목의 리포트를 배포했다.
리포트에서 무디스는 "한국산업은행은 KDB생명보험 지분매각계획을 발표하였다. 무디스는 (KDB생명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의지가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하여 KDB생명보험의 신용등급에 한국산업은행의 지원을 반영하였다"라고 밝혔다.
리포트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경영권을 팔기로 한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산은의 지원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에 무디스 관계자들에 추가 설명을 부탁했다. 그러자 무디스 관계자들은 "매각발표 등이 있으면 신용평가에 관련 내용이 고려대상이 되지만, KDB생명은 매각 자체가 너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산은의 지속적인 지원을 감안해야 했다”라는 합리적인 설명을 제시했다. 이에 해당 내용을 기사에 적시했다. (관련기사 : 이동걸 회장은 KDB생명 매각 적기라는데…매각 불확실하다는 무디스)
◆무디스 서울, "무디스 공식입장 아니다" 반박하다 리포트 원문 제시하니 '묵묵부답
해당내용이 보도되자 무디스 서울오피스는 '매각 불확실성' 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그 내용은 무디스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심지어 "무디스 관계자 코멘트로 보기 어렵다"며 기사에서 해당 내역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무디스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국문자료에는 이 내용이 빠져있다. 하지만 무디스 원문 영어자료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무디스가 늘 밝혀온대로 한국어와 영문보도자료 간에 상이한 점이 있을 경우에는 영문이 우선한다.
"The Korea Development Bank has announced its intention to sell KDB Life but the timing of the sale is still highly uncertain. We incorporate support into our rating considering that the Korea Development Bank remains committed to support the capitalization and operations of KDB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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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무디스는 KDB생명 매각이 언제될지 확신하기 어려우니 산업은행이 여전히 지원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등급을 판단했다고 발표했던 것.
해당내역을 확인하고 무디스 측에 다시 내역을 전달했다. 그러자 무디스는 이에 대해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세세한 해석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 즉 무디스가 '매각시기'가 불확실하다고 한 것이지 '매각 자체가 불확실하다'라고 언급한 것은 아니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이 '연내'라고 매각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KDB생명은 이동걸 회장 취임전부터 매각이 결정된 매물이다. 또 산은이 지난 수년간 몇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번 실패했다. 그러니 '매각시기 불확실'과 '이번 매각의 불확실성' 의미에서 큰 차이를 찾기 어렵다. 또 그리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국문본에서 굳이 삭제될 이유도 없었다.
무디스 서울 오피스ㆍ무디스 본사에 왜 해당 내용이 왜 국문본에서 삭제됐는지, 이 내용이 담기는 것을 꺼렸는지 질의했다. 무디스는 아직 설명을 제시하지 않았다.
◆산은 KDB생명 매각 발표후 신용 등급 논란…유독 '무디스'를 찾아갔다고 자랑한 이동걸 회장과 산업은행
사실 이 문제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에게도 큰 고민사항이었다. 신용등급을 매겼는데 갑자기 산업은행이 매각을 발표하자 고심해야 했다. 그렇다고 국내 신평사들이 산업은행으로부터 KDB생명 매각 통보를 미리 받은 것도 아니었다.
반면 산업은행과 무디스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 건에 대해 서로를 언급하며 비슷한 의견을 표명했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먼저 나서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 관계자들과 만나 KDB생명의 긍정적인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딱 3일 뒤 무디스가 화답이라도 하듯이 이번 리포트를 냈다. 당시 무디스는 산업은행으로부터 KDB생명 매각을 미리 통보받았다고 확인했다.
다시 하루 뒤. 이번에는 산업은행 산하 KDB생명이 무디스 리포트를 인용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제목이 '무디스, KDB생명 경영정상화 노력 긍정 평가'다.
여기서 KDB생명은 "이번 무디스 국제신용등급 취득은 전년도 당기순이익 시현에 따른 흑자전환과 적극적인 자본확충, 보장성 보험판매 비중의 확대에 따른 미래의 수익성 개선 등 조속한 경영정상화의 노력에 기인한 결과이다”, “타 해외신용평가기관인 피치와 비교하여 한 등급 상향부여받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이라며 자화자찬했다.
신용평가사는 투자자들을 위해 회사 리스크를 따져묻고 등급을 매기는 기관이다. 그러니 산업은행이나 KDB생명, 그리고 신용평가사는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산은과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협조가 순조로워 보였다. 특히 무디스는 자신이 낸 리포트의 언급마저 국문 자료에는 빼버리고, 신문 지상에 코멘트가 담기는 것을 반박하기까지 했다.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해 무디스에 추가적인 질의를 했다. 혹시라도 산업은행 측의 요구나 요청, 혹은 부탁이 있었는지. 역시 무디스는 현재까지 추가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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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20일 17:00 게재]